매일신문

민주화 명예회복 보상 대구.경북 156명 신청

"동생의 실종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남은 가족들도 풍비박산이 난 세월이었습니다"

서슬퍼런 5공 군사정권 시절인 지난 82년 서울법대 2학년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실종된 노진수(38)씨의 형 노진호(41.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최근 대구.경북민주화운동동지회를 찾았다. 지난달 21일부터 정부가 접수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신청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6.25전쟁때 전상을 입은 아버지와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던 어머니가 꾸리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형제 모두가 수재 소리를 듣던 단란한 노씨 가정이었다. 그러던 가정이 70년 중학생이던 첫째 아들이 학교에서 유리창 청소 도중 추락사를 하고 10여년 뒤 셋째 아들 진수씨가 실종되면서 산산히 깨져버렸다.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겠다며 서울대 법대에 진학, 학년 대표를 지내며 활발히 활동하던 진수씨가 실종된 것은 82년 4월.

노씨는 "동생 친구들에 따르면 82년 4월17일 학교 앞 독서실에서 기관원처럼 보이는 30대 청년들이 연행해 간 뒤 실종 18년이 지나도록 동생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며 "실종 전에도 형사들이 늘상 따라다녀 학교 다니기가 무섭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청와대, 국정원 등에 탄원서도 여러번 냈지만 모두 허사였다"며 "사체라도 보면 한이 없겠지만 아무런 증거도 아직 찾지 못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원망스러울 때도 많다"고 한서린 세월을 전했다.

셋째아들 실종 뒤 술로 화를 달래던 아버지는 88년 간경화로 세상을 달리 했고 남은 가족들은 노씨에 대한 한마디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마련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신청 창구와 대구.경북민주화운동동지회 준비위원회(위원장 백현국.53) 등 시민단체에 가슴 아픈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14일 현재 88명이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보상금 신청자는 1명이며, 명예회복 신청자가 86명(중복신청 포함)이다.

신청 마감이 아직 한달 이상 남아 있는 접수 창구에는 지난날 공권력의 피해를 주장하는 갖가지 고통과 굴절의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청자는 전교조 관련자들이 가장 많은 79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직공무원.언론인도 들어 있다. 경북의 경우 이날까지 71명이 신청을 마쳤다.

69년 8월7일 삼선개헌안 발의일 이후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행방불명.부상.유죄판결.해직 등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보상신청은 다음달 20일까지 1차로 받아 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상을 받게 된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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