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기꾼 농간 유가 상승"

국제원유가 상승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가 아니라 국제 현물시장 투기꾼의 '농간'과 메이저정유사의 경영합리화에 기인한다는 다소 이색적인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내년초까지 국제원유가는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배럴당 25~3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빈무역관은 외국 전문가들의 전망과 분석을 종합, 15일 이같이 보고했다.

◇국제유가 결정 메커니즘=OPEC 장관회의에서 결정된 80만 배럴 증산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국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처럼 유통량에 변화가 없는데도 회의 직후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약 2달러 하락한 것은 수요.공급원칙 외에 다른 가격결정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국제 현물시장 투기꾼을 지목한다. 이들 '큰손'이회의 직후 심리적 요인에 따라 '팔자세'로 전환, 유가가 일시 하락했으며 다시 말해 공급량 증가나 수요 감소가 유가 장세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투기꾼들의 '눈치작전'이 유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가 결정에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셸, BP, 엑슨모빌 등 대형 국제 정유회사, 통칭 '메이저'로 석유 유통전문가들은 유가가 치솟은 가장 큰 이유가 이들 메이저의 경영방침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80년대까지 이들은 상당량의 정유를 비축, 이를 바탕으로 국제 원유가가 오르면 원유 매입을 줄여 수요 감소를 유도하고 유가가 내리면 매입을 늘려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90년대 적시(Just-in-time) 생산 및 공급이 유행하자 정유사들도 비축물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생긴 유휴자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영합리화를 꾀했다. 따라서 지금은 원유가가 올라도 매입을 줄일 수 없게 된 셈이다.

◇향후 전망=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증산이 가능한 국가는 소수여서 올해 안에 회의가 재개되더라도 대폭 증산 결정은 없을 것으로 KOTRA는 관측했다.

결국 낙관적으로 봐도 내년초까지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비관적으로는 배럴당 35~4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어 하루평균 200만배럴을 소비하는 원유 4대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KOTRA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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