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검사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빛은행불법대출사건수사가 얼마나 엉성했기에 서울지검이 부장검사들은 모아 놓고 수사경위에 대한 설명회를 했을까.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검찰사상 일찍이 없었던 이런 이상한 설명회가 있었다는 그 자체가 이번 검찰 수사결과가 국민들에게안긴 실망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통상 검찰수사는 웬만해서 그 결과에 대해 다른 검사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게 관행이요, 예의인게 불문율로 돼 있다. 그래서 불기소처분을 했다 다시 5.18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사실상 재수사했던 이른바 '전두환.노태우사건'수사때에도 내부 비판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집권 정치권으로부터 유.무형의 압력이 있다는 걸 다른 검사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입을 다문게 현실이었다.이번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도 핵심은 권력실세들이나 은행지도부의 외압이 있었느냐 여부였다.

이런 수사는 통상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고 실제로 검찰지휘부로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런 미묘한 사건이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인줄 뻔히 알면서도 일선 검사들은 물론 검찰간부까지 "우리도 수사결과를 이해할 수 없는데 국민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술렁거렸다는건 뭘 의미하는가. 말이 설명회이지 기실은 '항명'에 가깝다고 해석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이들 검찰간부들이 회의석상에서 지적한 것도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문점인 외압 실체규명이 미흡했다는 것이고 왜 신창섭 전 관악지점장이 그렇게 많은 돈을 대출했느냐는 그 동기를 확실하게 못밝힌 것이라고 했다. 또 은행의 감사중단사태에 대한 수사에서 감사팀장이 입을 닫는다고해서 그걸 규명못하면 누가 그 수사결과를 믿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더더욱 의아하고 이상한 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고 수사팀장 스스로 인정했다는 부분이다. 수사팀장까지 불만족스런 결과가 어떻게 해서 수사결과라고 발표할 수 있는지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검찰수사의 기본은 추상같은 논리성에 있고 이걸 입증못하면 계속 수사하는게 관례이다. 미진한 수사를 왜 서둘러 발표했는지 의혹스런 대목이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걸 다시 전 간부들에게 설명해야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어느 간부의 얘기가 이 수사가 검찰에게 얼마나 부담이 큰 사건인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또 "'검찰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얘기도 그 의미가 심장하다. 그 '어려움'을 쉽게 푸는 방법은 역시 특검제 밖에 없는 것이란걸 이번 회의가 주는 의미로 우리는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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