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남과 북, 손에 손잡고

스포츠는 '몸짓 언어'다. 행동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서로의 기량을 통한 '경쟁의 언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으뜸의 덕목으로 친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승자로 패자도 없이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여기엔 국경도, 이념도 없다.

이 정신에 맞춰 새천년 첫 올림픽인 제27회 하계 시드니 올림픽은 '화해의 장(場)'이 펼쳐진다. 15일 오후 5시(한국시간)에 있은 개막식. 한반도의 남과 북의 선수들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분단의 벽을 깨고 동시 입장을 한다. 때로는 스포츠가 정치적 이벤트를 가져 오게 하는 길라잡이 역할도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이번을 계기로 기대해도 될까?

그러나 꼭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일팀도 아니면서 '왜 동시입장에 매달리느냐' '참가인원이 398명인 우리가 왜 90명 제한에 묶여야 하는가'하는 비판이 상당히 동조를 얻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출전선수단이 고작 61명(선수 31명, 임원 30명)이어서 마사지 여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4분의3이 축제의 꽃인 개막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라는 정치권 지적은 서로의 상황을 인정하라는 뜻일 게다. 양쪽의 모든 선수.임원이 참가하지 못하는 현실이 유감으로 남는다.

성화가 타오르고 지구촌 젊은이들이 펼치는 몸짓은 인간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광복이후 이 도전의 장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38개, 북한은 8개다. 금메달 수를 보면 남.북의 경제력만큼이나 한국의 절대 우위다. 동시입장의 감격이 메달레이스로까지 이어져 남.북한 선수가 함께 펄쩍펄쩍 뛰고 포옹하는 순간도 한민족 모두의 기대다. 남.북 선수들의 선전을 바란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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