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학교교육 핵심은 학습지도

어느날 특기·적성 교육 부서 중 볼링반에 속해 있던 한 학생이 느닷없이 "선생님, 대구 시내에서 볼링을 잘 해서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어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지금 당장 생각이 나지 않으니 다음에 조사해서 가르쳐 주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곧 진로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물어, 볼링을 잘 하면 이러이러한 전문대학에 특기자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주자, 4년제 대학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시큰둥하는 눈치였다.

고입 선발고사 폐지와 2002학년도부터 시행될 대입제도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무서운 생각이다.

우리는 교과 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의 폐단이 무엇이라는 점을 절감해 오기는 했다. 이것이 자기 아이만은 등수 안에 들도록 하기 위해 기를 쓰는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또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학 때가 되면 학군을 따라 이사하는 사람까지 생기게도 했다. 아이들도 덩달아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점수나 등수 때문에 오금을 펴지 못했다.

이같은 폐단에도 불구, 학교교육의 핵은 역시 학습 지도다. 영국에는 식스폼스 칼리지(six-forms college)라는 입시학원이 4천여개나 있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우리나라 고교 1학년 나이쯤에 해당되는 11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름난 식스폼스 학교에 들어가야 옥스브리지 등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튼 스쿨이나 해론 스쿨 같은 세계적인 사립학교들도, 교내에 이러한 식스폼스 과정을 만들어 밤늦도록 입시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최근 고교 1·2학년생들의 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기·적성 교육도 해야 하고, 봉사활동이나 체험학습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어느 것도 학습 지도에 우선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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