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처음 열린 14일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2시간이 넘도록 추석민심과 정국해법을 둘러싼 격론을 벌였고 이날 오후 당 지도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통해 '심상치않은 민심'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은 국회가 돼야 하며 국회법에 따라 원칙과 정도로 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권노갑 최고위원과 정동채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한빛은행 대출비리사건 등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는 등 나름대로 민심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야권에 대한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것은 이회창 총재의 정국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정운영에 야당도 상당부분 책임져야 하지만 이 총재는 대권을 겨냥한 행보만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거듭된 '법대로'원칙 강조에서는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또다시 이 총재에게 끌려 다닐 수는 없다는 단호한 의지까지 엿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자세가 워낙 강경한 것으로 확인되자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과 한빛은행 사건, 고유가에 따른 경제불안 등이 겹쳐 민심동요를 우려하면서도 국회정상화에 대한 여론압박만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인사는 "지금은 백약이 무효"라며 "야당측에 협상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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