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아웃, 화의, 법정관리 업체 임직원의 모랄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수사를 공언한 검 찰이 수사 착수 시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검찰수사가 부실기업의 회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 다는 것이 그 이유.
대구지검 김진환 검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다만 회사재산 은닉 및 횡령 등 분명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좌시할 수 없다는 단서도 달았다. 결국 수사를 하되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나 고소.고발을 당하지 않은 기업의 비리까지 들춰내 수사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검찰 간부들도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검찰의 말대로 부실기업 수사는 섬유-건설 등 주력기업 대부분이 무너져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 경제에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검찰 수사=지역경제 위축이란 등식에 선뜻 동의하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망할대로 망한 만큼 이제 부실기업주에 책임을 물어 경제도의를 세우는 일도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란 분위기다.
사실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부도로 다수 지역민에게 고통을 주고도 법정관리, 화의 등 제도적 장치를 빌려 법적 책임을 거의 지지 않았다. 부도 직전에 자회사를 만들거나 계열사를 분 리 매각하는 수법으로 제 살길을 찾아둔 뒤 법의 보호막 속으로 자청해 들어간 기업도 적잖다. 3~ 4년 사이 70여개 기업이 무너졌지만 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굳건한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상공계 지도자들이 기업가 윤리를 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일부 상공인은 부도란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도 '나만 망했느냐'는 식으로 버젓이 상공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판이다.
검찰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고, 고유가, 의약분업 사태, 태풍으로 흉흉해진 민심속에서 수사범위와 강도를 놓고 고심하는 것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만 살겠다'는 생각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가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외부 압력이나 정치적 논리로 검찰의 수사가 오락가락 한다면 기업 경영보다 정치권에 줄을 대는 기업가들의 구태는 바뀌어지지 않을 것으로 지역민들은 보고 있다.
崔在王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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