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호신용금고 자율합병-'어떻게 되나'

대구지역 6개 상호신용금고의 자율합병 추진은 그동안 위축일로를 걸어온 지역 금융업계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상태가 어려운 금고들이 영업정지라는 파국상황을 회피하고 정상영업상태에서 규모의 대형화를 이룰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적 자금을 지원 받을 게 확실시돼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데 큰 짐을 덜게 됐다.

지역 금고들의 현재 상황은 어려운 지경을 넘어선 정도다. IMF 관리체제 이전 14개 금고에 수신고만 1조7천억원이 넘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개 금고만 남은 상태. 그나마 수신고는 3천500억원으로 5분의1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대다수 금고들이 6월말 결산 결과 수십 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금융기관간 경쟁이 격화되는 형편에 금고에 대한 신인도는 갈수록 떨어진 탓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내년 예정된 예금자보호한도 축소방침. 그렇잖아도 안전성을 믿지 못해 예금을 빼내가는 마당에 보호한도마저 축소된다면 예금기피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호신용금고연합회 대구지구협의회 송정섭 의장은 예금자보호한도 축소방침을 예정대로 실시한다면 오는 10월부터는 예금이 빠져나가 수신고가 절반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6개 금고가 합병을 추진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공적 자금을 지원하려는 것 역시 금융당국으로서 마땅한 태도다. 정상영업을 하면서 합병으로 대형화를 이뤄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고객 피해 없이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6개 금고는 연초부터 합병을 은밀히 협의해왔다. 문제는 공적 자금 지원여부와 합병시 지분비율. 공적 자금 지원 없는 합병은 또 다른 부실화로 치달을 수 있다. 합병시 지분비율도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

지리한 합병논의는 이달들어 급류를 탔다. 금융당국이 금고 활성화 차원에서 공적 자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에 이르렀고 합병비율은 실사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 지난 6월 부산지역 6개 금고와 충북지역 3개 금고가 같은 방식으로 공적 자금을 지원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이번 합병에는 1천억원 정도의 공적 자금 지원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탄생할 금고에 대한 기대는 적잖다.

정부가 은행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므로 '상호은행' 같은 상호로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병 자체만으로도 신인도가 높아질 전망. 실제로 부산, 충북지역 합병금고에는 월 100억~200억원씩 수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상당함을 증명했다.

또 합병으로 인건비만 연 30억원 절감할 수 있어 새로운 투자가 가능해진다. 금고들은 이를 전산투자 등에 돌릴 계획이다. 부실자산 매각을 위한 별도의 회사도 설립할 방침이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상호신용금고가 문 닫는 일 없이 합병으로 재출범하면 금고업계는 물론 지역경제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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