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유가 상승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따라서 자국내 생산량을 늘리면 쉽게 가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 비축유를 푸는 것 역시 가장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방법의 선택에 머뭇거리고 있다.
◇자국내 증산 가능성=미국의 원유매장량은 400억 배럴. 중동과 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1997년 기준 하루 산유량은 646만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연간 전체 소비량 51억 배럴 중 52%인 27억5천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절약운동으로 에너지 소비가 27%나 감소했지만 외국 원유 의존도는 여전한 것.
자기 나라에도 매장량이 많은데 미국은 왜 수입 원유에 의존할까? 국내 개발 보다 수입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유가가 낮게 형성되면 미국 업체들은 원유 생산을 줄여 버리기도 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저유가 시대에는 국내 공급량을 25%(하루 200만 배럴)까지 줄였던 적도 있고, 1998년 유가 급락 때도 총 생산량이 하루 50만 배럴이나 급감한 바 있다. 반면 유가가 오르면 산유량을 늘린다. 한창 고유가일 때는 자국 소비분의 72%까지 스스로 생산하기도 했다. 유가를 인상하고 생산을 늘리면 수입의존도는 낮출 수 있으나, 그게 쉽잖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국내 증산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알래스카.멕시코만.로키산맥 인근 유전 및 천연가스 개발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유전의 시추를 의미하는 것. 석유업계는 기술이 많이 발달한 만큼 토양이나 해양을 오염시키지 않고도 원유를 생산해낼 수 있다며 지금 증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을 늘릴 경우 비용이 증가하고 그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해서 정부측은 꺼림칙해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도 알래스카 등지의 시추작업을 "올바른 유가 안정책이 아닌 것으로 믿고 있다"며 새 유전 개발을 반대했다.
◇비축유 방출 방안=미국은 전략비축유(SPR)로 텍사스 및 루이지애나 등의 몇몇 염전 땅굴에 5억7천여만 배럴을 원유형태로 저장해 놓고 있다. 이것은 1차 오일쇼크 이후 만들어진 법에 의해 1977년부터 10억 배럴을 목표로 비축되기 시작한 것. 시설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이 비축에 200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 중 2천만 배럴만 방출해도 유가를 진정시킬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비축유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의해서만 방출된다. 법 제정 20여년간 단 한차례, 1991년 걸프전 때 1천700만 배럴 방출이 이뤄졌을 뿐이다.
이때문에 지금도 방출과 관련해 "지금이 국가 비상상태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은 방출을 검토하고 있으나, 에너지부 장관은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반응=미국의 휘발유 값은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절반도 안되지만, 시민들이 싼 기름 값에 익숙해져 있어 현재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 하고 있다. 지난 3월 휘발유 값이 갤런당 2달러선에 육박하자 곳곳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뒤 몰래 달아나는 '주유 뺑소니' 사건이 급증하기도 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10월부터는 난방유 값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지금 유가 안정책은 대통령선거 쟁점으로도 부상해 있다.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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