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도 지나고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올 추석도 예외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다. 고향집에서 하루 혹은 이틀을 묵으려고 어떤 이는 반 년 전부터 기차표를 예매하고 어떤 이는 열 대여섯 시간을 꼼짝없이 승용차에 갇히는 인내를 감수했다. 우리 민족이기에 가능한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러나 그 숱한 귀성객 중에서 진정 신명나는 삶을 누린 사람은 몇이나 될까.
원래 우리 민족은 신명이 많은 민족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행락철이 되면 공원이나 유원지에는 풍악이 울리고 멋들어진 춤판이 벌어진다. 그것도 부족해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못다 한 신명을 푼다. 오랜 불황기에도 노래방 사업은 여전히 성업 중이고 아마도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영원히 성업 중일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다.
##신명에 죽고 사는 우리 민족
일도 신명이 나야 능률이 오른다. 그래서 고된 일에는 반드시 신명을 돋우는 노래가 있다. 신명은 지하에서 솟아나는 샘물과 같아서 아무리 퍼도 마르지 않는다. 오히려 푸면 풀수록 더욱 뜨겁게 약동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신명이 나서 하는 일은 피곤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 단 한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는 십수 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치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일터에서 신명이 사라졌다. 신명이 없으니 의욕이 생길 리 없고, 의욕이 없으니 일할 맛이 안 나고, 일할 맛이 안 나니 요령만 터득하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마지못해 한 일에서 창의성을 기대하기란 요원한다. 점잖은 의사들이 갑자기 데모꾼으로 돌변하여 주먹을 내지르는 것은 밥그릇 싸움의 측면도 없지 않지만 결국 신명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경기침체로 더욱 기죽어
신명은 경제 논리나 경쟁 논리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신명은 낸다고 내어 지는 것이 아니라 향기처럼 우리의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이미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버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신명을 회복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행인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 논리나 경쟁 논리가 바람이라면 여건 조성은 따스한 햇볕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이 많아 기분에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기분이 내키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신명을 내는 민족이다. 우리는 이미 60년대에 신명의 기적을 경험한 바 있다.
##신바람 나는 사회 만들자
더구나 대구의 마지막 보루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방 부도 사태로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기가 꺾여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잖아도 괜한 고정관념에 주눅들어 있던 터라 놀란 가슴은 꽈리눈이 되어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먼산바라기만 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어떻게 하든 묘수를 찾아 이들에게 신명의 물꼬를 틔워 준다면 든 솜씨에 자갈밭인들 옥토로 일구지 못하겠는가우리는 지금 일찍이 게으르그 루카치가 갈파했던 창공의 푸른 별이 훤히 밝혀 주는 길의 지도가 없는 불행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불행한 사회를 치유하는 길은 삶에서 신명을 되찾는 길뿐이다. 신명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있고, 그 길을 푸른 별이 인도할 때 샘처럼 솟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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