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일 개봉하는 '무서운 영화'

모 일간지 미국 특파원이 미국 공포영화붐을 소개하면서 '무서운 영화'(Scary movie·2000년 작)를 "대단히 무서운 영화"로 소개했다. 제목만 보고 판단한 때문. 그러나 '무서운 영화'는 대단히 우스운 영화다.

갖가지 영화의 명장면을 짜깁기해 풀어놓은 것이 능청스럽기 짝이 없다. 패러디의 퍼레이드같은 영화라면 맞을까?

팝콘을 튀기던 드류('스크림'의 배우 드류 배리모어를 연상시킨다)에게 음산한 목소리의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공포영화를 제일 좋아하느냐?"('스크림'의 패러디). 속옷 바람으로 '텐(10)' 보 데릭처럼 멋진 포즈로 달아나던('아메리칸 파이') 버피는 달려오는 아빠의 차에 치여 죽고 만다.

신디는 드류와 버피의 죽음으로 지난 할로윈 데이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흥겨운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고교 친구들 신디, 바비와 버피, 브렌다, 그렉, 레이. 차를 타고 가다 외진 길에서 한 사내를 치고 만다('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쓰러진 사내는 죽지 않고 일어나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어이없게도 친구 중 하나가 던진 콜라병에 맞아 즉사하고…. 신디는 자신에게도 곧 위협이 닥칠 것이라고 예감한다.

드디어 범인 등장. 그러나 '스크림'의 살인마 가면을 쓰고 나타난 범인은 날아오는 원반을 피하기 위해 뒤로 몸을 젖혔다('매트릭스') 허리가 부러지는 등 어눌하고 어리숙하다. 과연 살인마는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범인의 정체는?

이외 '블레어 윗치'의 콧물 흘리는 장면을 비롯해 '할로윈''13일의 금요일''나이트메어' 등 영화DB에서 '무서운 영화'를 치면 검색되는 공포영화를 모두 패러디했다. 압권은 쇼티(말론 웨이언스)가 '식스 센스'를 패러디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은 사람들이 보여"(I see dead people!)라는 장면. 또 '매트릭스'에서 캐리 앤 모스의 공중부양을 흉내낸 장면은 기발하다.

키넨 아이보리 웨이언즈가 감독하고 숀 웨이언즈와 말론 웨이언즈가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로 참여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흑인 형제들인 이들은 흑인 캐릭터에 대한 과장법과 함께 '가벼움에 대한 가벼움'이란 특유의 영화문법으로 '무서운 영화'를 '우스운 영화'로 뒤틀어 놓았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수많은 영화를 재활용한 패러디영화(spoof movie)지만 틴에이저 호러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겐 충분히 입장료 값을 하는 영화"라고 평했다. (30일 개봉 예정)-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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