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의 새 주인으로 확실시되던 포드자동차가 15일 대우차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포드의 웨인 부커 부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우차 인수포기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고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는 "최단시간 내에 향후 매각일정을 정하겠다"는 방침만 전했다.
그러나 향후 대우차 인수전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구도상 신규업체 참여 보다는 6월말 1차 인수제안서를 냈던 GM, 다임러 크라이슬러-현대차 컨소시엄의 2파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포드 왜 포기했나=포드는 "대우차의 사업현황 및 자회사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대우차 최종 인수체안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대우차와 포드 모두를 위한 최선의 제안서를 낸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6월말 1차 인수제안서를 낼 때 "대우차를 반드시 인수할것"이라며 기세등등해 하던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드의 포기는 8월 한달 동안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브리지스톤 자회사인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리콜 문제 등 회사내부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어스톤 리콜은 포드의 익스플로러 차량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불량으로 타이어 650만개를 리콜하면서 번진 사건. 실제 타이어 결함탓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750건이나 보고됐다. 게다가 포드는 엔진결함 은폐 의혹마저 일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포드는 이런 내부사정 탓에 현금보유고만 200억 달러로 업계에서 가장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자금사정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속력이 없기는 하지만 포드가 당초 제시한 대우차 인수가격인 7조7천억원을 턱없이 깎기에는 실사결과가 충실했고 인수 자금 뿐만 아니라 초기 운전자금 등 대우차에 쏟아부어야 할 추가자금이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부실이 있었다면 가격협상에 들어가 가격을 깎자고 얘기했어야 정상인데 가격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한 것을 보면 자금사정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차에 대해 보이던 포드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이 이런 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우 구조협 관계자도 "타이어 리콜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오호근 의장에게 통보가 오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밝혀 포드의 갑작스러운 '변심'의 배경을 시사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파이어스톤 타이어 문제가 변수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차 안팎에서는 회사 내부의 위기에 봉착한 포드가 정밀 실사결과 당초 판단과는 달리 대우차 인수가 적절치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우 구조협은 "실사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못박아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우차 어떻게 되나=대우 구조협은 "아직 정해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1차 제안서를 냈다가 탈락한 GM-피아트, 현대차-다임러 크라이슬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쪽에서는 "GM과 다임러 컨소시엄의 입찰조건을 비교한 뒤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처리계획은 18일 발표된다.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GM과 다임러 컨소시엄에게 기득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2개 컨소시엄을 상대로 재입찰을 실시하는 방법과 특정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있다. GM-피아트 컨소시엄은 당시 4조~5조원을, 다임러-현대차는 5조5천억원 안팎을 써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은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탈락한 뒤에도 국내에 상당기간 머무르며 포드의 협의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의욕을 보여왔다. 시종일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임러 컨소시엄의 인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한 현대차도 이날 발표 직후 반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우 구조협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며 재입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노동계의 대우차 공기업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대우차는 이와는 별도로 포드의 포기로 3개월간의 시간을 낭비함에 따라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대우차의 워크아웃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추가 자금지원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당초 대우차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고 9월중 시작할 예정이던 대우 상용차 부문 매각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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