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 위기

'폭력·선정 영화, 어디까지 갈 것인가'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존중받던 할리우드. 최근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나온 '미성년자 폭력 연예물 시청 실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폭력·선정 영화 제작자들이 철퇴를 맞고 있다.

보고서를 낸 미의회 연방통상위원회(FTC)는 "성인 시청자들에게만 배포하게 된 R 등급(Restricted) 영화나 비디오 게임들이 무차별적으로 어린이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며 "뒤에는 미국 연예업계들이 공격적으로 판촉전을 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예로 존 맥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어린이 케이블 네트워크인 니클로든으로 하여금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인 '더 피브스 엘레먼트'의 광고까지 방영하려고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또 104쪽에 달하는 FTC 보고서는 "폭력적인 영화·음악·비디오게임 등을 어린이들이 볼 수 없도록 한 등급표시제에 대한 공신력을 이들 연예업계가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44개 R 등급영화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그중 35개가 10대 어린이들을 주관객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영화제작자협회는 R 등급 영화를 17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부모와 보호자 없이 시청 불가능한 영화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FTC 발표엔 폭력물 제작 영화사와 폭력물에 대한 구체적인 이름은 거명되지 않았다.

이런 비난이 일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것이 월트 디즈니. 디즈니는 자사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에는 절대로 R 등급의 영화가 동시 상영되지 못하도록 영화배급규정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디즈니 소유의 ABC 네트워크도 오후 9시 이전에는 R 등급의 광고를 보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

한편 14일 미국영화감독조합은 새로운 등급체계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로브 라이너 감독은 "표현의 자유가 존중됨과 동시에 책임도 따른다"며 책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행 등급을 세분하는 강력한 등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는 PG-13(Parental Strongly Cautioned)과 R 등급의 간격이 너무 커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현행 미국 영화등급제는 G(모든 연령 관람가), PG(부모의 지도가 필요한 등급), PG-13, R, NC-17(17세 미만 관람불가)로 나눠져 있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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