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후시공 형태의 현행 아파트 분양제도는 소비자의 불이익을 전제로 한다는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택업체의 중도 도산에 따른 입주 지체,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게 되는 것도 모두 선분양제도에서 비롯된다.
선분양제도는 주택건설업체가 착공 또는 10%안팎의 건축공정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아파트를 판매하는 것으로 일반 상거래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택업체 입장에선 선분양자금(분양가의 80%)을 주택건설에 활용하고 정부는 금융지원없이 주택공급 우선 정책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주택공급 방식으로 자리잡아 왔다소비자들도 과거 주택난이 지속되던 시절, 분양가격과 시장가격간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점도 선분양제도가 존속할 수 있었던 원인.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이후 공급자 주도 시장의 전형적인 산물인 선분양제도의 퇴조는 불가피하게 됐다.
입지나 주택업체의 브랜드파워 등에 따른 아파트 수요의 양극화 현상은 더 이상 선분양제도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9년 주택200만호 건설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90%이상인데다 투기적 주택수요 감소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준공 이전은 물론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들 미분양 물량은 사실상 후분양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주택공사는 물론 일부 대기업, 도시개발공사, 임대주택전문업체 등은 후분양이나 변형된 형태의 선분양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수요자 주도시장으로 전환됨에 따른 생존전략이다.
그렇지만 아직 과도기 상태.
주택업계는 최근의 변화는 선분양제도가 다소 위축됐을 뿐이며 후분양제도의 정착 가능성을 예상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업체의 자금동원 능력 부족과 열악한 재무구조, 제도권 주택금융 미비 등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주)우방의 한 임원은 "선분양제도를 통해 주택업체들이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 전근대적인 경영형태인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자체 자금력이 취약하고 금융기관 차입도 어려운 현실에서 후분양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민영업체는 1, 2곳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택업계의 현실상 전면적인 후분양제도 도입은 불가능하지만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후분양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이 필요하다.삼성경제연구소의 '주택후분양제도연구' 자료에 따르면 후분양제 도입의 전제 조건을 주택금융의 활성화로 꼽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으론 부동산투자회사(REITs)제도의 조기 도입과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서민주택 건설사업에 대해선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투자법'상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것.
지역 주택업체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기업의 신용이 아닌 개별 주택사업의 사업수지 등을 분석해 자금을 대출한다면 후분양제 시행은 물론 주택업체의 재무구조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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