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무너지는 후지모리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경제적 안정을 달성한 실용주의자'가 그것이다. 집권전반기의 치적을 따지면 남미에서 몇 안되는 '성공한 지도자'로 꼽힌다.

집권초기 무려 8천%에 이르던 살인적인 인플레를 잠재우고 경제안정과 성장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았었다. 또 있다. 정부를 괴롭혀온 반정부 게릴라와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머줘 정치안정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런 치적도 96년을 기점으로 '날개없는 추락'상태에 있다. 이해 '페루판 3선개헌'에서 출발한 장기집권 야욕은 후지모리를 세계의 다른 독재자들과 동일선상에 올려 놓은 행적이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대선레이스에서 집권욕은 절정을 이뤘다. 단독출마를 항의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수십명이 다쳐도 결선투표를 강행하곤 당선되기는 했으되 철권통치를 늦추지 않았다.

16일 후지모리가 빠른 시일안에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발표는 정보기관의 야당의원 매수가 기폭제지만 도덕성 상실이 근본원인이다.

후지모리 대통령이 이끄는 '페루2000'은 4월 총선에서 120석의 의석중 53석 획득에 그쳤다. 끊임없는 야당의원 영입작업을 펼쳐 70석에 가까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는 '공작정치'는 철권통치가 끝내는 스스로 결정 아닌 외부의 압력 또는 저항으로 인해 퇴진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의 말로다.

후지모리 퇴진시사가 주는 교훈은 민심이반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데 있다. 세계 어느 정부건 이를 소홀히 하면 응분의 대가를 받은 것을 보아왔다.

해결 길이 보이지 않는 의약분업갈등, 의혹만 남은 한빛은행 대출 등은 민심을 정확히 잃지 못한 '억지 페루정권'의 닮은 꼴로 비쳐질까 두렵다. 한점 부끄러움이 없고 투명한 권력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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