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하-공기업개혁 말로만 했나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공기업들의 경영구조 개선실태는 한마디로 국민경제를 좀먹고 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만큼 분노가 치민다. 141개 공기업 가운데 132개 공기업에서 78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는 것은 군살빼기 성공 등으로 초우량기업이 된 극소수의 업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왔음을 말해준다. 민간기업들은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조정과 저임금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혈세를 지원받는 공기업들은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임직원들이 기업돈을 눈먼돈처럼 갈라먹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공기업 가운데는 이미 97년말 경제위기가 왔을 때 국민혈세를 지원받으면서 임직원들이 엄청난 퇴직금과 격려금 등을 챙기는 바람에 국민들로부터 도덕적해이로 지탄을 받고 공기업 전반의 강력한 개혁을 요구받았다. 정부도 이같은 국민여론속에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실행하겠다고 밝혔고 민영화 계획 등 구조개혁의 추진에 따른 성과를 기회 있을 때마다 자랑하기도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는 그같은 정부의 공기업구조조정이 계획의 3분의 1에도 미달하는 공기업 매각과 소수의 인력감축 등에만 그치고 사실상 대부분의 공기업은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서 기업돈을 흥청망청 써재꼈던 것이다. 해당 공기업 임직원들이 함께 극심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기업을 엉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도 이들 기업의 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은 말로만 공기업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기업내부의 갈라먹기 실태에도 정부당국이 이처럼 방치했다는 것은 해당공기업에 대한 문책 못잖게 감독당국의 문책 또한 반드시 따라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인건비예산 허위보고와 시정기피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포철 등 14개 공기업의 근거에도 없는 444억원의 격려금 지급, 일 안해도 월급주기, 10년근무에 최고 35개월분 퇴직금지급 등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게한다. 이밖에도 적자 상관않는 사원복지기금조성, 낙하산인사 반대하는 노조달래기에 162억원을 쓴 국민은행,한전기술노조 무마를 위한 전원 1호봉승급 등은 가히 임자없는 돈 제멋대로 집어가는 꼴이다.

이번 감사에서 정부의 감독부실에 피멍든 공기업개혁이 국민경제회생의 급선무임이 드러났고 지역편파적 낙하산인사의 시정이 개혁의 핵심사항임을 다시한번 일깨워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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