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조조정 늑장 총체적 위기 초래

'한국호(號)가 다시 암초에 걸렸다'우리나라 경제가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금융권 부실 증가 및 금융·기업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면서 주가와 채권값, 원화가치가 모두 폭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러워졌다.

여기에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경제성장률 둔화, 반도체값 하락을 비롯한 대내외 악재가 겹쳐 한국경제가 다시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실정. 정부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가 다시 나락으로 빠져들 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증시, 바닥을 알 수 없다=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드러난 악재의 위력이 엄청나 주식시장 약세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인 W.I카 증권 김기태 이사도 "증시의 수급상황도 나쁘고 반도체 가격도 약세인데다 대우사태를 기화로 한국 은행권의 심각한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투자를 유도할 특별한 매력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우사태' 이후 저지선이 잇따라 허무하게 무너짐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도대체 앞날이 안보인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통상 적용하는 기술적 잣대를 새로 만들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주식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팽배하면서 공황상태와 투매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을 압박하는 요소들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보유 주식을 팔라는 '매도론'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바닥권이나 반등가능성을 예단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결론적으로 증시의 향방은 정부가 노출된 현재의 악재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그리고 정부의 대처법에 외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달려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진단. 때문에 외국인들을 다시 한국 증시로 다시 유도할 수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경제성장률 둔화, 채권값·원화가치 폭락=국내경기 사이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난해 3/4분기부터 지난 1/4분기까지 12.8~13.0%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2/4분기엔 9.6%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성장률은 하반기엔 6, 7%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게 한국은행과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이다.

18일 3년만기 국고채는 지난 주말보다 0.19% 포인트나 오른 연 8.11%를 기록, 지난 7월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3년만기 회사채도 0.10% 포인트가 올라 연 9.6%를 기록, 8월2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환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에 나서 달러공급을 많이 한데다 향후 원화가치의 추가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도 많아 환율이 한때 1천138원까지 올라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1.50원 오른 달러당 1천131.40원으로 마감했다. 이같은 환율상승폭은 지난 2월14일 12.70원 이후 올들어 두번째로 높은 것이다.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서둘러야=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IMF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란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정부는 시장 안정책보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정공법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역시 고비용 구조의 생산형태를 슬림화하는 체질개선이 시급하고, 국민들도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빈사상태에 처한 우리경제를 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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