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잇몸병

'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잇몸에 병이 생기면 이도 성하질 못한다. 이의 병이 여기에 먼저 오는 것. 잇몸병은 초기엔 통증도 느낄 수 없지만 염증이 깊어지면 치아를 지탱해 주는 치조골까지 파괴된다. 결국에는 이를 뽑아내 잇몸으로 음식물을 씹어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몰래 진행되는 잇몸병

치주질환으로 불리는 잇몸병. 치아와 그 주위조직 사이에 있는 치주낭에 낀 음식물 찌꺼기가 세균과 작용해 발생한다. 염증이 더 진행되면 치아의 뿌리부분을 받치고 있는 악골까지 망가지게 된다. 마침내 치아를 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서서히 진행돼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수가 많다. 칫솔질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분이 빨갛게 부어 있으면 잇몸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

병세가 깊어지면 잇몸이 퇴축해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고 이가 흔들리며, 찬 것과 더운 것에 예민하게 된다.

◇잇몸병의 원인은 치태

우리 입 안에는 수백~수천 종의 세균이 있다. 이들 세균이 내놓는 독성 물질이 뭉친 것이 치태(프라그)이다. 처음에는 치아 표면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얇은 막처럼 생긴다. 이것은 칫솔질 등으로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치아와 잇몸 사이, 치아와 치아 사이에 달라 붙은 치태는 제거되지 않고, 더 굳어지면 치석이 된다. 이것에 붙어 사는 세균이 내놓는 독소가 잇몸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치태 외에도 잘못된 보철물, 치석, 음식물 찌꺼기에 의한 눌림 등 기계적인 자극도 잇몸병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 고혈압, 영양실조 등도 잇몸을 망칠 수 있다.◇담배 쯤이야?

흡연은 잇몸병의 발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니코틴이 원흉. 잇몸에 해로운 자극을 주고 잇몸을 지나가는 혈관들에 영향을 미쳐 조직의 반응을 떨어뜨린다.

담배에 들어있는 또다른 유해 물질들도 몸의 방어기능을 약화시켜 세균이 만드는 독성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게 만든다. 담배는 잇몸병의 진행을 더욱 빠르게 해 몇년 안에 치아를 뽑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담배는 치료에도 좋잖은 결과를 가져온다. 유해물질들이 잇몸 구성 물질 생성을 방해, 치료 속도를 지연시킨다.

◇스트레스도 잇몸의 적

"신경을 썼더니 이가 들뜨고 잇몸이 부어 씹지를 못하겠다"는 사람이 종종 있다. 심리적 긴장상태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것이 항체 생산을 저하시켜 치주염을 악화시킨다. 또 치은 혈관을 수축시켜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 대사 산물의 배출을 나쁘게 한다. 결국 잇몸조직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

여기다 침의 분비가 적어짐으로써 세균 증식이 왕성해지고, 나아가 치태가 많이 생기도록 만든다.

◇약 믿다간 잇몸 망친다

많은 사람들이 잇몸병 치료를 위해 약을 먹는다. 그러나 약으로는 잇몸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없다. 잇몸병의 원인인 치태나 치석을 제거하고 난 뒤 보조적으로 먹을 때라야 도움이 된다.

잇몸이 부실한 사람이 병원에 가지 않고 약만 먹다간 오히려 치료의 시기를 놓쳐 자칫 영구히 잇몸을 망치게 된다.

◇잇몸병을 예방하려면

제대로 된 칫솔질로 입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잇몸병 초기에는 칫솔질을 규칙적으로 하기만 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치약은 부드러운 것, 불소 든 것이 좋다.

칫실이나 치간칫솔 같은 보조용품도 권장된다.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의 프라그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스케일링은 가장 확실한 잇몸병 예방법. 구강상태가 좋은 사람도 6개월∼1년에 한번 정도 스케일링 치료를 받으면 잇몸 건강을 더욱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또 이렇듯 세심하게 관리하는 사람이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 이석현(대구치과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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