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발표가 있은 지 불과 몇 개월만에 한국경제가 다시 힘없이 무너지면서 제2의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 원화가치, 채권값 등 금융부문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붕괴직전의 공황상태로 곤두박질치고 있고 실물경제 역시 고유가, 생산·수출 둔화, 물가비상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안이한 현실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총체적인 위기관리능력 실종현상을 보이고 있고 정치권은 정쟁에 골몰, 경제·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18일 50.64포인트 대폭락한 577.56을 기록해 지난해 3월 10일 이후 1년반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19일에도 한때 20포인트 하락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1천138원까지 치솟았다가 1천131.40원으로 마감해 지난 2월 이후 두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19일 역시 개장하자마자 0.50원이 오르는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리도 국고채와 회사채 모두 지난 주말보다 0.10~0.19%포인트 올라 지난달초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주식시장에선 올들어 두번째로 주식매매 일시중지조치가 내려졌고 채권시장에서도 매물만 쏟아지고 있다.
한편 국제 원유가가 계속 폭등, 원재료·중간재료 가격이 석달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인상압력이 급속히 가중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19일 발표한 4/4분기 경기전망도 섬유(내수 3.8% 감소), 건설(내수 0.2% 소폭 증가), 철강(수출 2.6% 감소) 등으로 어두워 상당수 업종이 유례없는 불황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현재의 주식시장은 기업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주가폭락사태를 과소평가했다.
지난 15일 포드사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말과 휴일동안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같은 방심이 18일의 증시 대폭락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정치권도 정쟁에 골몰하느라 민생현안을 외면, 금융지주회사법안 등 경제개혁 법안들을 몇개월째 서랍에 방치하는 바람에 금융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금융가 평가다.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금융기관들은 부실정리를 공적 자금에만 기대려 하고 있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투자기관들과 금융지원을 받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들은 자기돈인양 나눠먹기에 열을 올리는 인상이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 지역연구실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대증요법에 의한 땜진식 대응으로는 극복될수 없다"며 "정부가 총체적 위기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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