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다. 고구려 벽화에 그려져 있듯이 말 달려 호랑이 사냥을 즐긴 민족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강궁(强弓)을 잘 다루는 미개인'이라 해서 우리를 동이(東夷)라 불렀다.
동이라 할때의 이(夷)자는 큰대(大)자에 활궁(弓)자의 결합으로 큰 활을 잘 다룬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겨레의 이름을 동이라 붙여서 얕잡아 보는 한편으로 그리도 두려워했을까.
그래서인지 시드니올림픽의 초반 부진을 일거에 씻어버리고 금.은.동을 싹쓸이 한것이 '양궁'이었다는 것이 우연이 아닌것만 같다. 17세 소녀 궁사인 윤미진 선수(경기체고 2년)의 또랑 또랑한 눈매속에 겨레의 활 솜씨가 이어져 녹아든 것만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지난 84년 LA올림픽에서 서향순(광주여고 3년)이 금메달을 딴것을 필두로 88올림픽 김수녕(청주여고 2년), 어제 시드니에서 윤미진이 금메달을 따기까지 5번 연속 양궁 여자 개인부문 금메달을 따냈으니 이런 일은 올림픽 역사를 통털어도 드문 일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5연속 우승의 주역들중 3명이 '때묻지 않은' 여고생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기서는 좀 빗나가는 얘기지만 우리에게 첫번째 은메달을 안겨준 강초현양(유성여고 3년.여자공기소총)이 그렇고 윤미진양이 그렇듯이 어려운 가정 환경속에서도 헝그리정신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결국 금메달이 돌아간다는 평범한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나 할까.
어쨌든 야구 대표선수 10여명이 18일밤 선수촌 숙소를 이탈, 밤새워 가며 카지노에서 노름을 즐겼다는 사실은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이 아마츄어로 구성된 호주에 3대5로 역전패 당한뒤 밤새 노름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팀은 19일 대 쿠바전에서도 또 역전패 하는 아쉬움을 남겼으니 이들이 정말 한국의 최정예 프로 선수인지 의심스런 것이다. 물론 승패는 병가상사다. 한국선수들이 카지노에 가지 않았더라도 경기에 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에 가지 않고 최선을 다했더라면 이처럼 아쉬움은 남지 않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철저한 자기관리가 절대 필요한 프로선수의 이처럼 무책임한 처신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최후의 한 발까지 전력을 다한 소녀 궁사의 모습이 더욱 신선하게 돋보인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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