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돈 먹는 철마(鐵馬)'다. km당 건설비가 700억~800억원. 웬만한 소방도로 한 두개는 건설하고도 남는 돈이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 지하철 건설도시마다 엄청난 지하철 부채를 안고 있다. 특히 대전.광주 등 여론에 떠밀려 지하철 건설에 나선 도시들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자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이어서 지하철 건설로 다른 사업을 모두 포기해야 할 형편인 때문이다.
대구 역시 지하철로 인해 살림이 거덜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건설에 1조4천597억원이 들었고 2호선에도 2조1천964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1호선 연장구간 건설비도 1천268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국비가 찔끔찔끔 지원되면서 공기가 늘어나 공사비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지금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대구시는 모자라는 돈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 99년말 현재 지하철 부채만 8천588억원으로 시 전체 부채의 35%를 차지한다.
특히 내년도 대구시 살림이 걱정이다. 대구시가 갚아야 하는 단기 지방채가 6천465억원(지하철 부채는 2천36억원)에 이르는데 지하철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시가 당초 지하철2호선 건설비로 요청한 액수는 2천519억원. 이를 건교부가 2천43억원으로, 기획예산처는 1천500억원으로 삭감했다가 정부와 민주당의 당정협의에서 1천74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하철1호선 국비지원 불균형분 2천786억원은 건교부가 2천46억원을 반영키로 한 반면 기획예산처는 전액 삭감했다가 당정협의에서 778억원으로 결정됐다. 시가 요청한 지하철1호선 연장구간 건설비 175억원은 기획예산처안대로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지하철2호선은 2005년 완공도 불투명하게 됐고 물가상승과 현장관리 비용 증가 등으로 매년 150억원 정도 추가부담을 안게 됐다. 또 1호선 연장구간 건설비가 삭감돼 2002년 완공예정인 월배~대곡 구간과 2004년 완공예정인 안심~사복 구간의 개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지하철 건설로 인해 대구시 재정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대구시는 지방채 발행 등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으로 지하철 1호선 건설에 국비를 대거 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노태우 정권하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이용, 국가공단인 부산교통공단 설립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해 전체 건설비중 78%를 국비로 지원받았다. 인천.광주등 후발 도시들도 국비지원 비율이 50%나 된 반면 대구는 1호선 건설때 불과 25%의 국비를 지원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구시가 이의를 제기, KDI 연구용역결과 대구지하철 1호선건설에 불균형 지원된 국비가 3천786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중 올해 1천억원을 지원받은 시는 나머지 2천786억원을 내년에 일괄 지원해달라고 신청했으나 778억원만 반영됐다. 불균형지원 예산은 대구시가 당연히 받아내야 할 돈이다. 그런데도 시관계자들은 '예산투쟁'을 통해 받아낼 생각은 않고 모자라면 지방채를 발행하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만 보이고 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시민들의 지방채 부담규모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문희갑 시장 등 대구시의 대정부 교섭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예산전문가'인 문시장이 장관이하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잘안다면서도 당연히 받아야 할 돈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당 도시'고 '야당 시장'이라서 별 수 없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있으나 부산의 경우에서 보듯 정치력이 모자란 소치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같은 당소속인 지역 국회의원들을 동원할 수 있지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강건너 불구경이다. 특히 KDI의 연구용역결과는 불균형 지원분 원금만 반영한 수치이지 10년 가까운 기간동안의 이자부담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하철이 2호선 건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구의 경우 지하철이 제기능을 하려면 1.2호선 외에 칠곡~범물간 3호선(13km)과 순환선(25km)이 건설돼야 한다. 적어도 3조원이상의 건설비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지하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3.4호선은 경전철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경전철 건설비는 km당 500억~600억원. 따라서 경전철로 대체하더라도 3.4호선 건설비가 2조원을 훨씬 넘는다. 이 때문에 시는 3.4호선은 민자유치로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이 계획은 거의 폐기상태다. 이재욱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이와 관련, "민자를 유치하더라도 부지보상, 레일설치 등 기반시설은 시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시재정형편상 3.4호선 건설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曺永昌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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