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연극계 '썰렁한 가을'

"도대체 시립극단에서 아동극을 왜 해요?""대구연극협회에선 닳고닳은 악극을 또 들고 나왔어요"

"새로운 시도라곤 없어요". 연극인들 입에서 터져나오는 대구 연극에 대한 불만이다.

가을은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는 계절. 그러나 유독 연극만은 열기라곤 없는 썰렁한 가을을 맞고 있다.

대구시립극단(감독 이영규)은 20일부터 사흘간 가족극장이란 이름으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연출 이송희)를 공연한다. 시립극단이 처음으로 기획한 가족 뮤지컬. "연극 관람을 통해 가족애를 확인한다"는 것이 기획 배경이다.

그러나 시립극단의 정체성을 확인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열악한 대구 연극의 환경을 타개할 의지없이 손쉬운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한마디로 안일한 기획이란 것이다. 아동극은 대구지역에서 지난 몇 달간 10여 편이나 공연돼 "시립극단이 아니라도 충분히 가족애를 확인했다"는 것이 일부 연극인들의 목소리.연극협회 대구지회(지회장 채치민)가 달구벌축제를 맞아 악극 '눈물 젖은 두만강'을 오는 30일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 올리지만 이 역시 "'한물 간' 악극으로 일과성 행사를 치르는 것 이상은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구 연극을 선도해야할 양대 연극단체의 '퇴행성 기획'에 이어 대구의 각 극단들도 그리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극단 온누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공연한 '달구벌 에파타'를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고, 극단 HMC도 몇 번에 걸쳐 공연된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재공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기획자는 "새로운 연극을 제작하기에는 제작비 부담이 너무 커 할 수 없이 리바이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또 그동안 서울의 대공연을 주로 기획하던 분도기획도 별다른 공연 기획이 없어 올 가을 대구에선 공연다운 공연이 없는 가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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