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인수전의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인수후보로 지명된 GM-피아트와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은 공식발표를 자제하고 있지만 이미 '패읽기'와 물밑탐색전으로 인수전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으로 달려오는 GM=자동차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볼 때 GM의 전략은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사들이느냐'로 요약된다. 이미 인수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 GM의 대우차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존 뮬러 GM 대변인이 "대우차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와중에 적절한 매각시점을 찾지 못한 점이 유감"이라고 말한 점도 이같은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GM은 지난해 12월 정부측에 6조∼7조원대의 인수가격을 제시, 수의계약을 요구했다가 결국 거부당한 전례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GM은 최근 포드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채권단을 적당히 설득하는 방향으로 인수전을 끌고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설득여부에 따라서는 단번에 수의계약으로 판을 끝낼 수도 있다는 게 GM의 계산으로 보인다. 뮬러 대변인은 "내주중 정부 관계자들과 토론(Discussion)을 벌일 계획"이라고 언급, 정부와 직접협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인수가격이 당초의4조6천억∼4조7천억원대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자인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의 경우 다임러의 내부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 적극적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GM이 분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동안 해외매각 반대운동을 벌이던 대우차 노조가 조합장 선거 등에 힘을 빼앗겨있는 상황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GM 인수추진팀이 본격적인 활동재개에 나서고 있다. 앨런패리튼 인수추진팀장에서 미국 올랜도 중역회의를 마치고 이르면 20일 귀국할 예정이다. 미국 본사로 돌아갔던 인수추진팀 멤버들도 속속 방한할 예정이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GM 인수추진팀 전체 인력 100여명 중 70여명이 이미 입국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응이 썩 호의적이지 않은 점이 GM으로서는 걸림돌이다. "대우차 인수전의 승자가 월스트리트의 패자"라는 현지 여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GM이 '본의'아니게 대우차 인수참여를 공식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여기에 있는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독일로 달려가는 현대차=현대차의 최대고민은 파트너인 다임러를 어떻게 인수전에 끌어들이느냐 하는 문제다. 컨소시엄의 주도권이 다임러에 있고 정부도 다임러와 손잡지 않는 한, 인수전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독일 현지법인 등을 통해 다임러와 협의에 들어갔지만 다임러쪽의 반응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미 다임러 대변인은 "대우차에 관심이 없다"는 공식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주가관리 차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임러가 일본 미쓰비시 지분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데다 3/4분기에 3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한 점이 인수전 참여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다임러가 인수전 참여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지분구조 면에서 컨소시엄의 주도권이 다임러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면에서의 인수추진체는 여전히 현대차라는 관측이다. 또 다임러로서도 아시아 및 동구 진출전략 차원에서 대우차의 가치를 높게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일정한 '유인책'을 갖고 접근할 경우 다임러의 참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분석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내주초나 가야 다임러의 입장이 공식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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