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안 움직인다.
최근 뒤숭숭한 사회분위기를 타고 강도·절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으나 경찰은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어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힘든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매일신문사 사회부 경찰팀이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대구시내에서 발생한 강.절도 피해자 20명을 면담한 결과,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한두차례 형식적인 수사만 벌이다 서둘러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민생치안의 첨병인 경찰의 이같은 복지부동 현상은 구조조정으로 촉발한 공무원 사회 의 전반적인 사기저하와 최근 일반 사회의 분위기가 대형 이슈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이모(40)씨는 지난 7월말 20대 남자 2명에게 강도를 당해 20일간 병원신세 를 졌다. 이씨는 "병원에 있을 때는 경찰관이 가끔 연락을 해왔지만 8월 이후에는 소식조차 없 다"고 전했다. 그는 "올들어 대구시내서 발생한 8건의 택시강도 중 단 한건만 해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찰의 수사의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지난달 중순 오토바이를 탄 남자에게 핸드백을 날치기당한 박모(24.여)씨는 경찰에 신고를 한 뒤 더 큰 곤욕을 치렀다. 그는 "경찰이 현장검사를 이유로 새벽 4시부터 무려 5시간동안 사건현장 부근을 돌아다니게 하고, 똑같은 말을 몇차례나 물어보면서 두번씩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불평했다. 박씨는 "사람들이 신고를 기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구 대신동 상가에서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조모(55.여)씨는 오히려 경찰에 신고 하지 않은게 훨씬 나을뻔 했다고 후회했다. 범인이 자신의 명함에 적혀있는 휴대폰 번호의 끝자리 가 비밀번호임을 알아채고 현금을 인출해갔는데도, 경찰은 "범인이 비밀번호를 쉽게 안 것으로 미 뤄 가족이나 주변인물의 소행이 아니냐"고 몰아부쳐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강도의 흉기에 찔러 병원 치료를 받았던 김모(43)씨는 무성의한 경찰수사에 황당해했다. 그는 "범인 얼굴이 낯익어 몽타주를 자세하게 작성했는데도 정작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들고 와 한차례 대조해보곤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두명의 강도로부터 폭행을 당해 지금껏 통증을 호소하는 있는 이모(31.여)씨는 억울한 심 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범인이 현금인출기의 CCTV에 잡히고 지문검색도 했다는데 아직까지 검 거소식이 없다"고 불평했다.
추석연휴인 12, 13일 사이 집에 도둑을 맞은 최모(40)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 현장 조사 를 받았지만 지문 감식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얘기를 끝으로 지금껏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 했다. 그는 "동네 여러집이 한꺼번에 도둑을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의 방범활동이 못미더워 이사 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현 경찰인력으로는 하루 20여건이상 발생하는 강.절도 사건에 모두 매달릴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좀더 적극적인 방범활동과 범인검거를 통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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