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는 너무 자주 언론에 보도돼 우리 국민들도 그 심각성에 대해 둔감할 지경이다. 심지어 일본 극우파들이 지루하게 반복하고있는 추태에 더이상 관심을 가지기엔 짜증스럽고 피곤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우리의 감정적 허점을 노렸음인지 우경화 경향이 심화되고있는 일본이 중학교역사교과서를 패전 이전의 침략적 군국시대의 인식수준으로 되돌리는데 정부가 앞장서고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역사교육자협의회'등 시민단체들이 이같은 역사왜곡이 정부에 의해 강요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같은 폭로에 대해 아직 일본정부의 공식대응은 없으나 시민단체의 기자회견내용으로 보아 이같은 폭로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까지 나선 것이 사실이라면 한일국교정상화의 전제가 되는 일본의 한국침략과 만행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는 기만행위에 불과하고 한일관계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수 밖에 없다.
일본정부가 개정을 사주했다는 교과서 가운데는 일제의 한반도식민지배를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구미열강의 지지속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강변했다. 심지어 한반도는 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들이대는 흉기란 표현까지 쓰고있어 일본정부의 속셈이 그러하고 문부성이 이를 검정에서 통과시킨다면 그들은 분명히 우리의 우방일 수 없다.
한일협정에서 양국이 교과서 내용 바로잡기를 위한 협의기구까지 만들어놓고 뒤로는 이런 행태로 나간다면 우리 국민과 정부도 두고만 보고있을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정부가 일본 시민단체의 동향에 따라 일본정부의 사정을 짐작하리만큼 멍청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속이 뒤짚힌다. 검정과정에서 바로잡혀지기를 바라는 뜻을 전하는 수준으로 시정이되겠는가. 이번에도 독도정책처럼 한다면 일본정부에 앞서 우리정부부터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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