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 대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20일 문화관광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박지원(朴智元) 전 장관이 사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권 배후세력'과 '한나라당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해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새로운 의혹과 논란거리를 제공해 여야 관계의 또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의 억울함을 포함해 모든 의혹이 검찰에서 밝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뒤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이운영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을 거명하면서 "정치권 배후세력의 조종을 받아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정치권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또 '정치권 배후세력이 한나라당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니냐"면서 "이운영씨를 조사하면 (배후세력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은 '항간에는 박 장관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자료(테이프)를 갖고 있어 한나라당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설도 있다'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자료를 내가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해 97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과 관련한 '자료'를 여권이 확보하고 있음을 은연중 시사했다.
이같은 박 전 장관의 '정치권 배후세력' 및 '한나라당 대선자금' 관련 발언은 1차적으로 야당이 한빛은행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여권내 실세인 박 전 장관과 한빛은행 사건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박 전 장관의 이러한 언급이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우선 '배후세력'이 있을 경우 이운영씨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으며, '대선자금 관련 자료'가 실제로 있다면 그것이 공개될 경우의 파장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오후 부산 장외집회 가두홍보활동차 부산에 내려가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무슨 엉터리 공작을 또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만일 그런 문건이 있다면 지난 3년동안 왜 이용하지 않았겠느냐. 있다면 제발 공개하라"며 박 전 장관의 발언을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오세훈(吳世勳) 부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박 전 장관은 여론에 굴복해 사퇴하면서도 끝까지 야당총재를 음해했다"며 "우리는 총풍.대선자금에 있어서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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