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어머니께 이 금메달을 바칩니다"
한국의 마지막 사수 오교문이 사대(射臺)에 서서 시위를 당기는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과녁 위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발. 그 한발이 기어이 금메달 과녁을 꿰뚫었다.
2백55 - 2백47의 8점차 승리. 오교문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지 못했다. 얼마나 그리던 금메달이던가. 이제 부모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면서 '불효자식'이란 생각에 잠 못 이루던 날도 이제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오교문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인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장용호.김보람과 팀을 이뤄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자신하던 단체전에서도 미국에 2점차로 역전패해 은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그때 아버지 오장열(73)씨는 간경화 말기로 투병 중이었고 어머니 임봉덕(64)씨는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었다. 아들의 금메달을 그토록 고대하던 부모님은 이틀 동안 개인전과 단체전 경기를 TV를 통해 지켜보다 탈진해 쓰러졌다.
그리고 그해 12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 역시 아들의 금메달 소식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채 지난 1월 아버지를 뒤따랐다. 오교문은 스스로를 불효자로 부르며 부모님께 금메달을 바치기 위해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시위를 당겼다.
세계랭킹 1위 이탈리아와의 단체 결승전은 중반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세명이 세발씩 쏘는 1엔드에서 한국은 오교문이 세발 모두 골드를 맞히는데 힘입어 87 - 84 3점차로 앞섰다.
그러나 2엔드 첫 주자로 나선 장용호의 첫 발이 7점에 꽂히면서 한때 1점차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장용호.김청태에 이어 마무리를 맡은 오교문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듯 2엔드에서도 10, 10, 9점을 쏴 1백68 - 1백67로 단숨에 역전시켰다.
후배들도 자신의 마음을 안다는 듯 마지막 3엔드 들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애틀랜타에서 함께 아픔을 나눴던 장용호는 두차례 골드를 꿰뚫어 점수차를 벌렸고 막내 김청태도 3연속 골드로 화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금 과녁을 뚫는 화살을 날린 오교문은 자신도 모르게 관중석을 둘러봤다. 스탠드 어디선가 환하게 웃고 있는 부모님이 보일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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