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최초로 성문법을 만든 사람은 드라콘이었다. 법이 얼마나 엄했던지 돈을 갚지 못하면 노예가 되고 화분에 심은 꽃이나 과일을 훔친 사람은 사형에 처했으며 심지어 일을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사형이었다. 오죽했으면 역사가 플루타르크가 그의 영웅전에서 '잉크가 아닌 피로 쓴 법'이라고 했을까.
그래서 솔론이 이 법을 좀더 부드럽게 고치고 있는데 이를 본 친구가 "법은 거미줄과 같아 사소한 범죄자나 힘없는 사람만 걸려들고 부자나 권력자는 그것을 찢어 버린다"고 비웃었다. 당시 사회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이 친구의 말대로 솔론의 개혁은 실패했다. 리딩 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 정도였으니 개혁이 성공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개혁의 어려움을 나타낸 역사적 교훈이다.
심리적 공황에 빠진 우리사회
요즘은 주유소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가 인상이 발표되면 그 전날 조금이라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시민들과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20원이 오를 경우 승용차의 연료통을 가득 채운다고 해도 1천원을 절약하기가 힘든데도 주유소 앞은 교통이 혼잡할 지경이었다. 줄을 서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조그마한 가격 인상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소비심리가 그만큼 민감했다는 증거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는 대단히 좋은 현상이다. 경제 탄력성(elasticity)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근에는 유가 인상폭이 훨씬 높아졌는데도 소비자들은 왜 줄을 서지 않는가. 씀씀이가 그만큼 부유해졌기 때문인가. 아니다. 워낙 잦은 인상에 소비심리가 둔감해져 자포자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탄력성을 잃고 정부의 정책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적 공황' 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사회가 이처럼 심각한 심리적 공황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사회가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한계가 대략 10%선이라고 하는데 걸핏하면 공공요금을 수십%씩 올린다고 하니 국민들은 이미 물가 체감한계를 벗어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 인상 요인만 있으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킨다. 그러면 정부는 이같은 인상 요인을 흡수할 완충장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동안 무엇을 통치했다는 말인가.
리딩그룹의 부패가 원인
게다가 국민의 혈세로 세워 놓은 공기업은 아예 근간이 무너질 정도로 경영이 허술했다니 그들의 먹고 놀자판 '적자 잔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은 허망함에 아예 고개를 돌려 버린다. 돈이 없으면 공적자금을 조성하면 되고…. 모두가 이런 식이다.
경영학자 슘페터는 선진 국가를 이끌어가는 그룹을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라고 했다. 이들은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능력을 가진 그룹으로 국민들은 그들을 존경하고 따르게 됨으로써 사회는 자연스레 발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소위 '리딩 그룹'이라는 이런 소수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자. 그들은 대체로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이 남다르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기보신책에 뛰어나며 생존을 위해서는 예사로 거짓증언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돼 있다. 창조적 소수자이기는 커녕 오히려 사회를 어지럽히는 '파괴적 소수자'에 가깝지 않은가.
다시 우리의 현실을 보자. 현재 법망을 거미줄이 아니라고 단언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피로 법을 다시 써야한다는 강경론자가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소수그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있다.
사회적 신뢰회복이 급선무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갉아먹었기 때문이고 담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새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벌레 먹은 나무도 강풍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고 틈새있는 담도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 당장 넘어지지 않는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무너지고 난 뒤 남의 힘에 의해 국가가 난도질 당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부정부패의 해악을 갈파한 한비자(韓非子)의 교훈을 가슴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尹柱台 출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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