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고향인 칠곡군 약목면 동안리를 찾아 부모 산소를 성묘한 조총련 재일동포 배도원(79.일본 가나가 와현 상공회 고문)씨. 그는 해방 전 만삭인 아내와 만주서 헤어진 뒤 지난 89년 이후 일본에서 아들 태봉(5 5.구미시)씨 등 친지들과 3차례 상봉을 했지만 고국 땅을 밟은 건 56년만에 처음. 산소 앞에 엎드린 배씨는 "자식 노릇 못한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요"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18세에 일본에 간지 60년만에 고향인 의성군 비안면 산제1리를 방문한 재일 조총련 모국방문단 단장 박재로(77)씨. 박단장은 부모 산소를 찾아『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고도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식을 용서해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환영 나온 마을 주민들에게 『감개무량하다. 이렇게 환대해줄 줄은 정말 몰랐다』며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면 고향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18세에 일제 징용에 끌려 갔다가 58년만에 고향 상주를 찾은 이우봉(74.조총련 아키다시 본부 고문)씨는 부모 묘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눈물로 참배. 밤에는 상주시 연원동에 있는 6촌 동생인 재근(61)씨 집에서 밤세워 술과 음식을 들며 얘기꽃을 피웠다. 현재 일본 아키다시에서 파친코 경품업을 하고 있는 그는 일본 후미시 탄광에서 일하다 달아났던 일, 혼자 일본을 떠돌아 다니며 끼니를 굶었던 이야기 등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58년만에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 고향을 찾은 남호황(77.일본 지바시 총련상공회 회장)씨는 형 호정(83)씨와 누나 차덕(81)씨를 만나자 쌓였던 그리움이 복받친 듯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차창밖으로 본 고향산천이 몰라보게 달라져 놀랐다는 남씨는 일본에 있는 12살 외손녀가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전해달라고 써준 편지를 낭독하기도. 남씨는 『총련의 고향방문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보며 통일도 곧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63년만에 귀국한 최해문(76)씨는 고향인 경주시 양남면 나산리 부모 묘소를 찾아 통곡하고 용서를 빌었다. 고향마을에 들린 최씨가 의식이 희미한 사촌형수(90)를 붙잡고『일본 떠났던 시동생을 알아보시겠읍니까 』소리치자 형수는『살아 있었구나』하면서 시동생의 손을 꼭잡았다. 일본에 건너가 일찌 감치 조총련에 가입해 총련 본부장, 조선신보사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최씨는 『마지막 소원이라면 통일과 고향에 묻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60년만에 고향 울산땅을 밟은 박학기(82)씨는 23일 울산공항을 나오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박씨는 "22세 때 먹고 살기가 어려워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부모형제와 기나긴 헤어짐의 길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던 오누이들과의 만남, 어린 조카손자들의 응석에 함박웃음을 지은 박씨는 "부모님을 뵙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며 통한의 지난 세월을 되뇌었다.
사회2부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