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린 美 육상 두 영웅 존스

'적수가 없었다'시드니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경기. 탕! 화약총소리가 울리자 스타팅블록을 박차고 나가 사력을 다하는 8명의 건각들. 출발이 늦었던 모리스 그린은 혼신의 스퍼트로 80m 지점에서 선두로 나섰다. 아토 볼든과 오바델레 톰슨이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다했지만 이미 탄력이 붙은 그린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달렸다. 이어 결승선을 그대로 통과한 그린은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특유의 표정으로 기쁨을 발산했다. 불과 9초87짜리 드라마였다. '총알탄 사나이'모리스 그린과 '필드의 철녀'매리언 존스가 23일 이번대회 최대 하이라이트 남녀 100m에서 기다렸다는 듯 단거리 왕좌에 올랐다. 그린은 9초87의 올시즌 2위기록으로, 존스는 10초75의 시즌기록으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육상이 실로 오랜만에 활짝 웃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제시 오웬스, 짐 하인스, 캘빈 스미스, 리로이 버렐, 칼 루이스 등 20세기 인간탄환들의 90% 이상을 배출한 남자육상 단거리 최강.

그러나 올림픽 남자 100m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12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다. 88년 서울에서 루이스가 벤 존슨(캐나다)의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92년 바로셀로나에서 린퍼드 크리스티(영국), 96년 애틀랜타에선 도노본 베일리(캐나다)에게 단거리 왕좌를 내줬다.

위기의식에 휩싸이기도 했던 미국 단거리에 희망의 빛을 던진 선수가 바로 그린이었다. 불과 4년전만해도 그린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평균기록 10초대 초반의 평범한 선수. 그린은 비참한 패배를 맛본 뒤 절치부심, 고향 캔자스 시티를 떠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계최강의 스프린트팀에 합류한다. 이곳에서 그린은 '인간탄환'으로 개조하는 강도높은 프로그램을 이를 악물고 소화해 냈다.

그린이 특수 식이요법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 것은 97년 아테네 세계선수권대회. 이대회 우승으로 그린은 91년 도쿄세계선수권(루이스) 이후 6년만에 미국에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선사한다. 이어 지난해 100m 세계신기록(9초79)을 수립, 전세계로부터 일거수 일투족을 한몸에 주목받는 톱스타로 올라섰다. 그린은 올들어서도 지난 달 열린 유럽 그랑프리 대회를 차례로 석권하며 일찌감치 올림픽 우승을 못박았다.

한편 올림픽 육상 여자 첫 5관왕(100m, 200m, 400m릴레이, 1600m릴레이, 멀리뛰기)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려는 매리언 존스는 첫 관문을 가볍게 통과했다. 미국은 존스의 우승으로 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이후 여자 100m 5연패를 달성했다. 존스는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의 세계기록(10초49)을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존스는 그러나 1600m릴레이가 400m릴레이와 30일 같은 날 벌어져 체력 저하가 문제가 될 수 있고 멀리뛰기는 올 시즌 최고기록(7m09)의 피오나 메이(이탈리아)와 세계랭킹 1위 타타냐 코토바(러시아)가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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