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의 모습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반도체. 인류는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지나 '규석기'시대에 살고 있다. 바로 반도체의 모체가 되는 실리콘, 즉 규소(Si)를 칭하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D램, S램, 롬 등이 메모리에 속하며 중앙처리장치(CPU), 주문형반도체(ASIC), 복합형반도체(MDL), 파워반도체,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 메모리 이외의 모든 반도체를 비메모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최근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결합시킨 복합반도체가 등장, 물리적인 구분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메모리와 비메모리는 큰 차이를 보인다. 메모리 분야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장 조기선점, 거대투자 능력, 원가 경쟁력이 중시된다. 반면 비메모리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 고객서비스 능력, 창조적인 연구개발 등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지금까지 주로 대규모 시설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D램 중심의 메모리 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메모리 분야, 특히 D램만큼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월한 위치에 와 있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분야가 메모리에 비해 약 3배정도 크다. 가격 등락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비메모리는 가격도 안정적이다. 실제로 최근 D램 가격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자 국제수지마저 흔들리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안정된 수익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비메모리 시장에 차츰 진출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롬(ROM:Read Only Memory)과 램(RAM:Random Access Memory)이다. 롬은 인쇄된 책처럼 읽어내기만 하고 수록된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 기록할 수 없는 것. 대개 컴퓨터를 켰을 때 부팅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이 롬에 기록돼 있다. 이에 비해 램은 녹음 테이프나 노트처럼 정보를 수록하거나 내용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지워져 버리는 단점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 램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자.
◆D램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D램이다.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1비트의 정보를 기억하는데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커패시터(Capacitor:전하를 담아두는 곳)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기억하는 것은 커패시터의 충전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커패시터는 자연 방전하는 특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약 1천분의 1초마다 기억한 내용을 한번 읽어내고 다시 써넣어야 한다. 이를 '리프레쉬(Refresh)'라 한다. 이처럼 읽고 쓰는 것을 반복한다는 의미에서 '동적(Dynamic)' 램이라 부른다. 구조가 간단해 집적도를 높일 수 있고, 집적회로 1개당 기억용량을 크게 할수 있어 가장 널리 쓰인다. 16M(메가) D램은 신문지 128쪽 분량의 저장능력을 갖는다.
메모리 용량은 통상 '64K, 256K, 1M, 4M, 16M, 64M, 128M, 256M, 1G, 4G'처럼 4배수씩 증가한다. 유일하게 128M D램만 64M D램에서 2배 증가했는데 이는 마케팅상 사용자 편의를 위해 256M D램 시대에 앞서 만든 일종의 징검다리 제품이다.
D램은 속도에 따라 FP(Fast Page mode), EDO(Enhanced Data Out), 싱크로너스(Synchronous)로 나뉜다. 속도는 싱크로너스가 가장 빠르다. 보통 D램이라 하면 싱크로너스 D램, 즉 SD램을 뜻할 정도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SD램은 말 그대로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주파수 움직임과 같은 시간, 같은 폭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동기식' 메모리 칩이다. 과거 D램들은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처리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간적 병목현상을 빚었다. 국내에선 1G(기가:메가의 1천배) SD램 샘플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98년 6월 4G D램 공정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여기 사용된 반도체내 회로선폭 0.13㎛는 사람 머리카락을 800가닥으로 나눌 정도의 정밀도이다. 4G D램 반도체는 신문지 3만2천쪽 이상, 200자 원고지 125만장, 단행본 640권, 정지화상 1천600장, 음성녹음 64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
최근엔 급속도로 빨라지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속도를 메모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D램보다 속도가 2배이상 빠른 고속 D램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다이렉트 램 버스 D램' 'DDR(Double Data Rate) D램' 등이 그 예다.
◆S램
S램(Static Random Access Memory)은 D램과 달리 전원만 연결돼 있으면 칩 내부에 기록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고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대신 트랜지스터 4개와 커패시터 2개를 쓰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다. 따라서 집적회로 1개당 기억용량은 크게 할 수 없지만 고속처리가 가능하고 낮은 전력에서도 동작한다.
최근 컴퓨터 및 정보통신 제품의 속도 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기존 D램 반도체에 비해 속도가 빠른 S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로 컴퓨터의 캐쉬 메모리(일반적으로 CPU(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속도는 주기억 장치(D램 제품)의 속도보다 바르다. 따라서 주기억장치의 처리속도를 도와주기 위해 CPU 옆에 위치한 장소에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저장시켜 고속으로 쓰기 및 읽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소를 캐쉬 메모리라고 부른다), 게임기 등에 사용된다.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는 전원이 없어도 기억시킨 내용을 그대로 보관할 수 있는 '불휘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최첨단 반도체다. 크기가 작고 저전력을 소비해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PDA(개인휴대단말기), MP3 플레이어 등의 기억매체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컴퓨터의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의 기억 매체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를 백만번 이상 쓰고 지울 수 있는데다 처리 시간도 빨라 기존 저장매체보다 월등히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엔 휴대폰의 폭발적 보급에 힘입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플래시 메모리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메모리스틱'이라는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 가정용 디지털 캠코더 및 오디오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주력 플래시 메모리 용량을 32~64MB급, 심지어 128MB급으로 확장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급성장은 D램 시장을 위협할 정도다.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의 주역 이 D램에서 플래시 메모리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도 있다.
◆F램
F램(Ferroelectric Random Access Memory)은 흔히 '강유전체 램'으로 불린다. 정보를 기억하는 커패시터에 강유전물질을 사용하는 메모리 반도체. 강유전체는 D램의 커패시터에 넣는 이산화규소와 달리 전원이 꺼져도 계속 정보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반도체 구조는 현재 D램과 똑같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노태원 교수팀이 발표한 '비스무트 란탄 티탄 산화물(BLT)'이라는 물질이 바로 F램에 쓰일 수 있는 강유전체 물질이다. 기존의 F램에 사용하던 강유전체 물질은 반복적으로 정보를 읽고 쓰면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었다. BLT는 이런 단점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F램은 고성능, 저전력을 요구하는 휴대용 PC나 이동통신 단말기, 스마트 카드에 널리 이용될 전망이다.
F램은 D램의 용량, S램의 속도, 플래시 메모리의 데이터 보존기능 등 현존하는 각종 메모리 반도체의 장점을 모두 취합한 최고의 메모리로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메모리 반도체의 마지막 기술적 한계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F램을 이용한 상품은 80년대 말 미국 램트론사에 의해 개발된 바 있다. 현재 램트론사와 일본 롬사 등 일부 업체에서 256K F램을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컴퓨터에 사용하는 4메가 F램의 개발에 성공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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