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돌린 민심에 정국 해빙 기류

여당의 국회법 날치기 처리 이후 계속돼 온 대치 정국이 정상화를 위한 고비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5일 경색정국 타개를 위해 김대중 대통령과 조건없는 여야 총재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민주당의 서영훈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장기공전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중진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여야는 또 25일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총재단회의를 열어 정국정상화 여부에 대한 막바지 입장정리 작업을 벌였으며 여야 모두 강공 일변도의 분위기가 많이 퇴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같은 정국의 전반적인 해빙기류는 무엇보다 경제난과 맞물려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여야 할 것 없이 온건 목소리가 거세짐으로써 조성된 것이다.민주당의 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당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선(先)국회 정상화'를 전제로 한빛은행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 문제 등 야당의 입장을 상당 수준 수용하는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자리에서는 영수회담의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결국 최종적인 정국 정상화의 가닥은 영수회담에서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권 핵심부는 한나라당에 최소한의 등원 명분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과 이 총재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역시 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즉각적인 특검제 실시 등의 강경론에 변화 기류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이미 지난 주말 확연히 감지됐다. 이회창 총재가 24일 TV에 출연, "우리의 요구에 최소한의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면 국회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총재단과 당 3역 등이 참석한 심야 총재단.주요 당직자 연석회의에서도 대체적인 분위기는 국회 등원 쪽이었다.다만 무조건 등원론과 조건부 등원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의 영수회담 제안도 점점 세를 얻고 있는 등원론에 대한 명분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로 잡힌 대구집회는 일단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이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잇는 중진들간의 물밑 접촉에서는 쟁점 현안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접점을 찾는데 주력, 의견차이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은행 사건에 대해선 민주당은 국정조사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도 조건부 특검제를 확실히 보장해 준다면 응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집약하고 있다.

선거비 실사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선에서 절충할 수 있다는 분위기이다. 국회법 날치기에 대해서도 여당이 재심의 입장을 표명하는 선에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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