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시작된 제주도 남북 국방장관 회담은 경의선 복원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지만 분단 후 처음으로 군 관계 고위당국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는데 그 첫번째 의미를 둘 수 있다. 이 기회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정착을 다지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의 주의제는 물론 문산~개성간 경의선 복원 및 4차로 도로개설과 관련된 실무협상 문제다. 남측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북측이 경의선 복원공사에 따른 최소한의 군사적 협력문제만을 다루자는 입장이어서 의제가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수행기자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고, 제주도 회담중 필요한 통신로도 개설하지 않아 다소 '소극적'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이 지난 22일 중장(한국군 소장급) 1명, 소장(〃준장급) 1명, 대좌(〃대령급) 2명으로 구성된 다소 격이 낮은 대표단 명단을 통보,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그러나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가 단지 여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측은 철도와 도로 건설을 위해 필요한 군사적 협조사항을 논의하다 보면 양측의 군사적 신뢰관계가 논의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우리측은 북측을 고려해 의제를 무리하게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남측 회담 관계자도 "남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라는 대장정의 첫걸음이라고 여기고 이번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일단 경의선 철도 복원 및 도로개설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군사실무위원회 구성을 제의할 방침이다. 실무위가 구성될 경우 분단의 벽으로 상징되는 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한 절차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군사직통전화 설치와 대규모 부대이동 및 군사훈련 상호참관 등 우리측 군사신뢰구축 방안도 원론적으로 언급할 생각이다.
또 국방장관 회담의 정례화에도 역점을 둘 생각이다. 북측이 경의선 연결과 도로건설에 따른 후속조치 협의에 의제를 한정하고 있지만 회담의 정례화가 성사될 경우 군 당국간 신뢰구축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의 이같은 기대에 북측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해 올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쭓회담 대표단=남측은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김희상(金熙相.육군중장) 장관특별보좌관, 김국헌(金國憲.육군준장) 국방부 군비통제관,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이인영(李仁永.육군대령) 합동참모본부 작전계획과장이 참가한다.
김 특보는 지난 92년 남북 군사분과위원회 회담시 대표로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김 군비통제관은 군비정책 분야의 전문가다.
미국통인 송 국장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는 DMZ가 공사 구간인 만큼 유엔사 및 미국측과 협조를 위해 투입됐으며, 이 과장은 공사 및 작전부대간 업무 협조 방안 논의를 위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측은 인민군 총참모부 소속 중장과 소장 1명, 총정치국 소속 대좌 2명을 대표단으로 구성했다. 총참모부는 북측지역 공사에 투입되는 병력통제와 작전지휘를 책임지고 있으며, 총정치국은 공사 전반적인 계획을 입안하고 지휘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쭓북측 대표단 교통수단=북측 대표단 및 수행원들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24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남한에 왔다.
판문점 경유는 북측이 강력히 희망했으며, 경의선 공사 현장 시찰, 경제적인 이유, 남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 희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단은 서울에 잠시 들른 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한군 인사로는 처음으로 남측 군 항공기를 이용해 제주에 도착해 조 국방장관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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