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남북간의 각종 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겉돌고 있거나 북한에 끌려다니다시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여간 실망스런 일이 아니다. 25일 제주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경우만 하더라도 북한측은 이미 의제(議題)를 '신의주~서울 사이의 철도 연결과 개성~문산 사이의 도로 개설과 관련한 군사적 문제들'이라고 못박고 다른 의제는 다루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측 태도는 우리들이 내심 기대하는 군 직통 전화 개설.부대이동.군사훈련 통보, 군사훈련참관 등 군사적 긴장완화와 상호신뢰 조성 등 남북 화해의 관건이 될 현안 문제들에는 접근을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긴장완화를 목마르게 기대하는 우리로서는 북한측의 이처럼 무성의한 태도를 지켜 보면서 '소리만 요란하지 별다른 성과도 없는'이런식의 남북회담에 언제까지나 끌려 다녀야 하는가 싶은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
실상 북한측은 지난 1일 평양서 열린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서 식량차관 60만t을 요구하는 한편으로 경의선 복원, 임진강 수방(水防)대책 공동추진, 이산가족 서신왕래 등과 함께 남북간의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을 조속히 갖는다"는데 합의했다. 그러고서는 이제와서 제주 국방장관 회담에서 경의선 복원에 따른 군사 문제만을 논의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이번 회담이 알맹이가 빠진채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길 없는 것이다.
2차 적십자회담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측이 바라는것처럼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안되더라도 그래도 연내에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면회소 설치 문제등에 관한 논의만은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우리측이 기대했던 면회소 설치 문제는 아예 외면당했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는 입도 떼지 못했다. 대신 10월과 11월에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생사확인을 위해 명단을 확인하는 선으로 물러섰으니 이러고서야 남북대화는 북한이 마음대로 주도한다 비난해도 정부는 할말이 없을듯 하다.
남북한은 지난번 장기수 북한 송환 당시 연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정부의 협상 태도는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다. 북한은 '장기수 송환'이라는 자기네들의 목적을 달성해놓고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대화의 물꼬를 자꾸만 막아 버리는 이런식의 자세로는 진정한 남북관계 진전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무턱대고 양보만 하면 햇볕정책이 성사 되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좀더 냉정하게 현실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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