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경호 세상읽기-일을 맡길 때는

다스리는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을 쓰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그 성패는 사람에 달렸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라고 한다. 반대로 사람을 쓰면서 그에게 어떤 일을 맡기는 가도 또한 중요하다. 과연 그가 그것을 감당할 만한 인물인가.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일에는 성공만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실패할 경우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그 일을 맡았던 사람에 대한 뒤처리 문제도 미리 심사숙고해야 한다. 실패했을 때는 그에게 어떤 벌을 내릴 것이며 성공했을 때는 어떤 상을 내려야 하는가.

구차하게 얻기보다는 차라리 일을 꾸미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는 현명한 사람이나 뜻이 올바른 사람은 구차하게 나아가 얻으려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이런 인물을 구해서 쓰기가 어려우므로 부득이 불러서 쓰기 쉬운 자들만 불러서 쓴다.중행목백이란 사람은 진(晉)나라의 대부였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북적(北狄)이 다스리는 고(鼓)라는 성을 친 적이 있었다. 처음 생각으로는 쉽게 함락할 것 같았던 그 성이 의외로 견고해서 아무리 애써 싸워도 성과가 미미해서 그는 크게 고심하고 괴로워했다.

이때 궤문륜이라는 사람이 귀에 번쩍 뜨일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저는 저 성을 관장하는 책임자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를 잘 달래어 우리편으로 끌어넣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군사들을 피로하게 하거나 상하지 않고도 성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그 소임을 맡겨 주십시오!"

"좀 생각해 보아야겠다!"

중행목백은 그렇게만 말하고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궤문륜에게 그 소임을 맡기기를 주저하는가. 이상했다. 한 부하가 그래서 넌지시 묻는다.

"병졸 한 사람 다치지 않고도 고를 얻을 수 있다는데, 대부께서는 왜 그에게 그 일을 맡겨보시지 않습니까?"

중행목백은 조용히 말했다. "궤문륜은 틀림없이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지만 그러나 그에게 그 일을 맡길 수는 없다. 그대들은 궤문륜이라는 인물을 잘 아는가. 그는 사람됨이 망령되고 어질지 못하다. 만약 그의 헌책을 받아들여서 우리가 고를 함락시키는데 성공한다면 부득불 그에게 상을 내려야 하니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망령되고 어질지 못한 자에게 상을 내리는 셈이 된다. 그리하여 이번의 일로 그가 뜻을 얻으면 우리나라에서는 선비들에게 망령된 짓을 하도록 조장하는 꼴이 되므로 성을 얻는다 해도 오히려 그 해(害)와 독(毒)이 다 크다. 그런 까닭으로 그에게 그 일을 맡기지 못하고 있다"

고를 공략하는 것은 땅을 넓히기 위함인데, 이제 그 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해졌으면서도 중행목백이 그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일의 근본과 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의 본말(本末)과 사람 쓰는 법을 터득한 인물이었다.

일의 성패만을 따져서 사람을 쓰다보니 백성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외면당하는 인물, 그 일의 성과보다 오히려 더 큰 해독을 끼칠 것이 분명한 인물들이 득세하고, 이들은 한번 득세하면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온갖 추잡한 짓도 마다 않는다. 이들이 주는 해독의 그 독성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인사가 만사라던 지난 정권때 잘못된 인사로 인해 나라가 어지럽더니 이번 정권들어서도 한빛은행사건등 권세가들로 인한 시끄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중행목백의 사람쓰는 법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양대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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