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세민 쓸쓸한 죽음 잇따라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는 영구 임대아파트다. 홀몸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된 우리 이웃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이 아파트 주민들이 이틀이 멀다하고 숨진 채 발견되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했거나 신병을 비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15층 건물 15개동 2천646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어느날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되는 주민들을 봐도 놀라지 않는다. 일상사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불황의 그늘이 이들 영세민들을 짓누르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 20일 이 아파트 306동에 사는 임모(21)군이 10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시각 장애인인 임군이 어려운 가정 형편과 시력 악화를 비관,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엔 폐결핵 환자인 202동의 김모(55)씨가 영양실조로 숨졌다. 김씨는 수성구 범어동에서 식당을 하는 박모(52.여)씨가 "매일 식당에 오던 김씨가 며칠간 보이지 않는다"며 관리사무소에 확인을 요청, 숨진 지 1주일만에 발견됐다.

또 지난 7월에는 402동의 김모(55)씨가 약물 중독으로, 3월에는 403동의 배모(51)씨가 알콜중독 등 건강악화로 숨졌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들은 혼자 사는 노인이 며칠동안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 확인할 정도다.

관리사무소 김진석 주임은"매일 잔소리를 하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집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며 "자살하거나 연고자가 없는 쓸쓸한 죽음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주임은 "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며 "정부의 복지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敎盛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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