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하다 주형아 金만큼 값지다

"주형아 할만큼 했다! 은, 동메달도 장한기라"

25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이주형 선수집에는 시드니올림픽 남자체조 종목별 결승중계방송이 진행된 오후 내내 아쉬움반 기쁨반. 이주형이가 기대했던 금메달은 못땄지만 한국체조사상 처음으로 은, 동 2개의 메달을 한꺼번에 따내자 명암이 교차했다.

아버지 이신길(59)씨와 삼촌, 이모 등 오전부터 모인 이주형 선수의 친지들은 이주형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주형아, 힘내라"를 외치며 숨죽였다. 이 시각 어머니 이귀자(58)씨는 강원태백의 현불사에서 불공에 여념이 없었다. 누구보다 주형이가 체조하는 것을 말렸던 어머니였지만 모심은 어쩔 수 없어 10일전부터 1천배기도를 올리며 아들의 쾌거를 기원하고 있었다.

이주형이 주종목인 평행봉에서 4번째로 출장,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안정된 착지로 9.812의 최고 점수를 받자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나온 프랑스와 러시아 선수가 이주형의 점수보다 뒤져 금메달이 눈앞에 다가왔다. 남은 선수는 중국의 리 샤오펑. 그러나 리 샤오펑은 9.825의 최고점을 받았다. 0.013의 차이로 금메달이 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주형이 예선 1위로 결선에 올라 그 어느 때보다 금메달 가능성이 높았기에 가족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친지들은 잠시 후 펼쳐질 "철봉을 기대해보자"며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역시 4번째로 경기를 한 이주형이 철봉에서 9.775의 최고점수를 받자 가족들은 손에 땀을 훔치며 이변을 기대했다. 이어 나온 러시아와 프랑스 선수가 9.787로 이주형을 앞서자 아버지와 친지들의 눈가에는 어느듯 이슬이 맺혔다. 이주형이 가족들과 함께 걸어 온 국가대표 12년 올림픽 3회출전의 고된 여정이 '올림픽 은과 동'으로 매듭지어지는 순간, 애석함과 기쁨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아버지 이씨에게는 지난 85년 큰 교통사고를 당한 자신 대신 가장역할을 해온 아들이었기에 더 만감이 교차했다.

이씨는 "변변하게 뒷바라지도 못했는데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운동해준 아들이 고맙다"며 "효자이면서 은메달을 딴 주형이는 금메달을 딴 것이나 다름없다"고 아들을 격려했다.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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