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세기 반목 극복 상당한 진전

제주도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경의선 복원을 위한 군사실무위원회 구성과 백두산 2차 회담에 합의한 것은 분단사상 처음으로 열린 군 당국자 회담치곤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남한 조성태 국방장관과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의 이번 제주 회담은 회담 과정과 결과만 놓고 볼 때 반세기 동안의 반목과 대립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1월 백두산에서 회담을 다시 갖기로 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백두산에서 국방장관 회담이 거듭 열린다는 것은 양측 군 수뇌가 회담 정례화 의지를 분명히 피력했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즉 회담 정례화는 양측 군 당국이 과거의 불신과 대결에서 벗어나 신뢰와 화해의 장으로 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번 합의의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회담 정례화는 양측 군사분야 협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제의한 군 수뇌간 군사직통전화 설치, 부대이동 및 훈련상황 통보, 군 인사교류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기회를 가졌다는 의미도 부여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의선 복원과 문산~개성간 도로개설을 위해 군사실무위를 구성키로 한 것도 상당한 진전이다.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당면과제로 경의선 연결문제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에 대한 군사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서는 비무장지대 노반공사와 지뢰제거를 위해 동원되는 양측 군 병력의 안전과 충돌방지 등이 실무차원에서 논의될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남북 비무장지대 긴장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특히 양측 군 수뇌간의 신뢰관계 회복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조 장관과 김 부장은 첫 회담부터 6.15 공동선언 실천을 군사당국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회담일정 내내 친밀도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북측이 군사적 신뢰관계 구축에 너무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측은 회담에서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 군 수뇌가 만난 그 자체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꺼번에 욕심을 내기보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피력, 남측의 군사직통전화 설치와 상호 군사훈련 통보 등은 제안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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