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늘 혼자였고 해를 끼치는 사람들만 만났는데… 이렇게 인정많은 이웃들을 만나 새생명을 얻었습니다"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 무기력증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알콜중독자로 전락, 생을 포기해온 김옥희(42.구미시 지산동)씨가 형제같은 이웃들 의 도움으로 새삶을 찾았다.
구미시 지산동 산자락에 붙어선 30평 남짓한 슬레트 집. 남남끼리 모인 한지붕아래 13가족 2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5년이 넘도록 친형제 이상의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1호방은 총각인 남정태(32)씨, 2호방은 이희주(44), 김정숙(42)씨 가족, 3호는 대학생 김순철(28.금오공대 재료공학과 4년생)군, 5.6호는 신혼부부, 10호는 곽찬석(38) 김순복(31)씨 가족 등 20대에서 40대까지 옹기종기 모였다. 모두들 너무 정이 들어 환 경이 더 좋은 다른 곳으로 이사갈 생각은 포기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많지만 매달 조금씩 회비를 갹출, 틈나는대로 마당에 「집합」해 삼겹살 파티를 즐기며 웃음을 잃지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던 김씨가 올해초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만 의지하는 생활로 환청, 어지럼증, 안면떨림, 실어증,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자 너도나도 생활비를 아껴 병원비를 마련, 지난달 31일 순천향 구미병원에 입원시켰다. 김씨는 간경화 급성간 염,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치료를 받는 동안 한지붕 식구들은 20여일동안 번갈아 병상을 지키며 금단증세를 이겨내도록 도왔다.
특히 식구들의 선행을 안 순천향구미병원 변정숙(31.사회사업가)씨는 이들이 병원비 마 련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자신이 직접나서 지산동사무소(동장 이재춘)와 연계, 긴급구호대 상자로 책정, 의료보호혜택을 받도록 도왔다. 이들의 도움으로 김씨는 입원 20일만인 지 난18일 퇴원, 빠른 회복을 보이며 정상인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지붕 가족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집주인이 은행빚을 져 이 들의 보금자리가 경매에 넘겨지면서 모두들 전세금 한푼 못받고 거리로 좇겨나야 할 판. 결국 대학생 김순철군이 취업도 포기한 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해결사로 나섰지만 근본 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다. "산넘어 산이라더니 한고비를 넘기고 나니 또다시 엄청난 어려 움이 닥치네요…" 한지붕 13가족을 살리기에 나선 김군은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생활은 어렵지만 웃음을 잃지않고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던 이들은 이제 뿔뿔이 흩 어져야 할 시간이 닥아오고 있다.
구미 李弘燮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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