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드니 하이라이트-작은거인 심권호

전광석화 같은 옆굴리기, 목팔제압뒤집기…. 단 한번의 패시브(일명 빠떼루) 찬스에서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어지는 멋진 테크니션의 한판. 땀의 진실이 확인되는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레슬링 간판스타 심권호(28·주택공사)가 올림픽 2연패와 함께 사상 첫 두체급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96애틀랜타올림픽 48kg급 금메달리스트 심권호는 26일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54kg급 결승에서 99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라자로 리바스(25·쿠바)를 맞아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8대0으로 우승, 한국에 5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날 결승전은 심권호의 노련미와 기술이 리바스의 파워를 눌러 승패가 쉽게 판가름났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색깔이 갈린 것은 '불과 1분' 사이였다.

경기 시작후 서로 머리를 맞댄 채 힘겨루기를 했으나 어느 누구도 빈 틈을 보이지 않아 헛손질만 오가기를 수 십번. 공격기회를 먼저 잡기 위한 필사적 사투로 경기는 팽팽한 균형속에 긴장이 감돌았다.

갑자기 심판이 경기를 중지시킨 뒤 리바스에게 패시브를 선언했다. 리바스가 심권호보다 소극적으로 경기를 했다는 것. 이때 전광판에 나타난 시간은 1분 7초.

빠떼루자세에서 상대의 허리에 양 손을 감는 데 성공한 심권호는 13초만에 옆굴리기를 성공시켜 2점을 땄다. 이어 목과 팔을 한꺼번에 잡고 돌리는 목팔제압뒤집기로 리바스를 굴려 2점을 추가했다. 심권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반대로, 또 반대로 매트를 뒹굴면서 4점을 보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 선수의 몸이 떨어져 스탠드자세가 되었을때 전광판이 가리킨 시간은 2분 6초. 한차례 얻은 기회에서 1분동안 환상적인 연결기술의 콤비네이션으로 내리 8점을 획득했다. 심권호는 4분3초께와 5분31초께 패시브를 내 줘 맞은 실점위기를 잘 넘기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체급을 올린 오뚝이 심권호는 이로써 두체급 천하통일의 꿈을 이룩, 48kg급에 이어 54kg급에서도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세계레슬링 사상 초유의 '2체급 그랜드슬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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