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가을속으로'

지난 주말 모처럼 도심을 떠나 촬영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시골길을 맘껏 달려볼 기회를 가졌다.

시드니에서 들려오는 금메달 소식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사이 들녘에는 이미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녹색톤의 산과 들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길을 넘다가 차를 세우고 접사렌즈로 이름모를 들꽃 몇포기를 찍었다. 산골짜기 다락논에도 이미 가을은 찾아와 고개 숙인 벼이삭은 결실의 계절을 느끼게 했다.

##무르익어가는 가을들녘

계곡 아래로 군데군데 경작을 포기한 다락논에는 잡초가 우거져 황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년전에는 모심기하는 모습을 찍기도 했었던 곳이었다.

다락논. 비탈진 땅에 층층으로 논밭을 만들어 경작하는 계단갈이, 즉 산등성이에 개간한 계단식 논을 말한다.

다락논은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경작을 포기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일손부족에다 영농기계가 올라가지 못해 일일이 사람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골의 경관뿐 아니고 수원(水源)유지, 홍수방지 등 다락논의 기능들이 중요시 되고 있다.

일본서도 이러한 기능이 다시 평가돼 새삼스럽게 다락논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다락논을 도시인들이 빌려서 경작하는 '다락논 오너제도'라는 것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다락논 협의회'까지 발족돼 회원들은 각지방을 돌며 다락논 세미나를 열고 있다고 한다.

##日 '다락논 오너제도' 인기

지난달 행사가 열린 후쿠오카현의 한마을은 인구 1만8천명 정도의 작은 농촌인데 오너제도는 이미 3년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100㎡당 연회비 4만엔에 다락논의 경작주가 되면 5월 모심기와 9월의 벼베기까지 지역 농민들의 지도를 받으며 체험할 수 있고 수확된 쌀도 집까지 배달해 준다. 물관리나 피뽑기 등 통상적인 관리는 지역 농가에서 담당한다.

지바현의 한 시민단체는 '도쿄에서 가장 가까운 다락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올 3월 오너제도를 시작했다. 1구획당 연회비 3만엔에 30구획의 오너를 모집했는데 170건이 넘는 신청이 들어와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일본 농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다락논 오너제도는 1996년 이후 급증, 최근에는 전국에서 27개소에 이르고 오너의 수는 1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지역민들에게 있어서도 자연환경을 유지하면서 그린투어리즘의 추진이나 지역활성화에 도움되는 이점이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일본 다락논 100선'을 발표하고 산간지역에 대한 공적지원 방침을 내 놓는 등 다락논 보호를 위한 각종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농업 중요성 다시 일깨워

일본의 이같은 '다락논 붐'의 배경에는 도시생활자의 '귀농(歸農)'이 늘어나기 때문이기도하다. 이미 일본에는 전답의 일부를 빌려서 자유롭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주말농원과 같은 '시민농원'이 도시의 중년층 이상 고령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농원수도 전국에 6천개소나 된다. 일본 농수산성의 외곽단체가 운영하는 '취농준비학교'에는 도시를 탈출해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샐러리맨들이 농사경영, 재배기술 등을 배우고 있다.

불황에 빠져있는 일본도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전국 14개 교실에서 수강생이 1천400명이 넘었고 매년 증가하는 경향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한 사람도 반수를 넘었다고 한다.자신의 손과 발, 머리를 사용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인간다운 삶에서 농업의 가치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메달에 대한 관심도 좋으나 이번 주말에는 열일 제치고 교외로 나가서 오는 가을을 한번 느껴 봄직하지 않은가….

삶에 찌든 사람이 아니라도 논두렁에 앉아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와 함께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朴淳國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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