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수를 사고파는 파키스탄인들의 사랑방

많은 개발도상국 젊은이들이 돈을 찾아 한국의 3D 업체에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인 쵸드리(33)씨는 공장일 대신 구멍가게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구멍가게를?

대구 비산 염색공단 한 귀퉁이에 걸린 거창한 이름 '롱웨이 국제 무역'. 취업 혹은 기술연수 비자로 들어 온 보통 젊은이들과 달리, 주인의 입국·체재 비자도 엄연한 사업 목적이다.

하지만 거창한 이름과 달리 롱웨이는 그저 코딱지만한, 개업 석달 밖에 안된 구멍가게일 뿐이다. 가게에는 파키스탄산 밀가루 빵, 그 민족만의 독특한 향료, 양고기, 녹두, 파키스탄산 홍차 '립튼' '따팔' 등이 가득하다. 주고객은 물론 대구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들.

고객들은 특히 닭·양고기를 꼭 이곳에 와서 산다. 한국식의 그런 식료품이야 다른 데서도 쉽사리 구할 수 있을 터이지만, 이들이 먹는 것은 이슬람식의 것이기 때문. 어떻게 다를까? 종교의식을 거친 점이 차이이다. 이슬람 교도들은 동물을 잡기 전에 반드시 '이디얼즈하'를 치른다. 희생된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이웃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는 종교의식. 이 의식을 거친 고기는 여기 아니고는 대구시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

일이 이렇다면, 롱웨이는 특별한 곳일 수밖에 없다. 이제 파키스탄인들의 사랑방으로 승화됐다. 좁은 가게 안에 비집고 앉아 고향 홍차를 마시며 그들은 멀리 두고 온 고향을 얘기한다. 파키스탄식 찌개에 독특한 맛을 내는 가람마샬라 파우더는 어머니를 더욱 생각케 하는 이 가게의 필수품이다.

모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다 2년 전 한국으로 왔다는 쵸드리씨, 그는 지금 고향 손님들을 바라보며 소중한 꿈을 내밀히 키우고 있다. 이슬람 교도들을 위한 큰 슈퍼마켓을 대구에 차리고, 중고 자수기와 원단을 수출하는 무역상이 되고 싶기도 하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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