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결혼·결혼 생활

사이버시대,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컴퓨터가 결혼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난 3월 결혼식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화제를 만든 연예인 김태욱·채시라 커플 같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 홈페이지나 전자앨범 등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금호고속 대구영업소 이문규(36) 대리. 지금 같은 가을철이면 달콤한 회상에 젖곤 한다. 7년 전 그때 웨딩드레스 입은 아내는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부였었지….

연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연애 작전이 마치 007 첩보영화 같았기 때문. 결혼생활 만큼이나 긴 기간 사내 연애를 하면서도 직장 동료들은 두사람이 사귄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었다. 따로따로 퇴근해 집으로 향하는 척 하다 방향을 바꿔 시외곽으로 빠져 몰래 데이트를 즐겼던 것. 요즘 같이 편리한 휴대폰은 없었지만, 들킬뻔 할 찰나에는 삐삐가 그래도 작전엔 큰 도움이 됐었지….지금 이 대리는 결혼 7년을 기념할만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연애·결혼 사진과 남매 근영(7)·학영이(4) 사진을 담은 전자 앨범을 만들고 있는 것. 완성되면 아내와 아이들을 컴퓨터 앞에 불러놓고 추억의 사진들을 클릭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생각이다.

"결혼해서 집사람 마음 고생 많이 시켰습니다. 직장일 외 딴일에 손 대 걱정하게 만든 일도 미안하고… 그래서 기념 될 만한 특별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대리는 그 일환으로 지난 달부터는 자신들의 결혼식 장면 동영상도 '컬처넷'(www.ezcult.com)이라는 인터넷망으로 내보내고 있다.

"뭐 이상할 게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고 좋아해주면 더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 낯선 사람들까지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이 꺼려지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 "아내도 좋아할 것 같아 일을 저질러 보는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대구 비산동의 박영욱(31)·이경옥(29)씨 부부는 우선 인터넷으로 사이버 결혼식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꾸리고 있는 두 사람은 신혼살림을 시작한 지 일년이 지나도록 정식 결혼식을 못올린 것. 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이 갑작스레 쓰러지는 바람에 형편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이 때문에 박씨는 "우선 사이버 결혼식이라도 올려 친지들에게 알린 뒤 형편이 나아지면 예식장에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사이버 결혼식장에는 친지들이 축하의 말을 올릴 수 있는 정감 어린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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