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고교1년 김모양(16)은 지난 1년이 악몽같은 나날이었다. 고교에 진학하지 못한 중학교 동창 박모(16)양이 갖은 폭력과 위협을 해대며 자신들의 패거리로 들어오라고 윽박질렀기 때문이다. 그같이 참을수 없는 폭력은 고교 에 입학한 날부터 시작됐다.
"일주일에 몇번씩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걸핏하면 담배불로 지지고 때렸습니다. 나중에는 남자친구까지 데리고 와 성추행 위협도 했습니다"
김양은 "그때는 학교 다니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면서 "이를 뒤늦게 안 부모님이 대구지검「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상담실에 도움을 요청,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중순 대구 모 고교 2학년 교실의 쉬는 시간. 이모(17)군은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는 옆반 김모(17)군으로부 터 얼굴을 심하게 맞아 병원에서 눈부위 수술까지 받았다. 이군은 김군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돈을 빌리거나 잔심부름을 시켜 말을 듣지 않으면 자주 주먹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피해사실을 알리기조차 두려웠다.
결국 이 사실을 안 이군의 부모가 학교측에 김군의 퇴학을 요구했지만 1주일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는 선에서 무마했 다. 이군은 아직도 쉬는 시간이면 최군과 마주칠까봐 눈치를 살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최근 친척 아저씨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이모(17)군은 지난해 4월 학교에 자퇴서를 낼 당시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이군은 같은 반 이모군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한번 대들었다가 얼굴이 찢어지도록 심하게 맞았다.
그 뒤 담배 심부름은 물론 수업시간중에도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한 뒤 이군을 위해 매점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나중에 학교에서도 알았지만 합의만 권유했다. 후환이 두려웠던 이군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 는 길을 택했다.
대구의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폭행은 5천295건이며 교내외에서 빼앗긴 금품도 4천2백 여만원에 이르렀다.
이같은 피해사례는 서울 경기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것이며, 학생수를 감안하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지만 학교폭 력에 대한 대책은 겉돌고 있다.
또 대구지검 '자녀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상담실에는 하루에도 5-10건 이상의 피해사례가 들어오고 각 시민단체 상담실에 도 피해자나 학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초교생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패싸움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않는 등 학교폭력이 점차 연소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모군(12.ㄷ초교 6년)은 "덩치 큰 아이들이 폭력조직을 만들어 집단으로 힘없는 아이들을 괴롭히고, 휴대폰으로 친구들을 모아 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학교담당 경찰관제, 교내신고함, 설문조사 등 각종 근절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학교에는 교내에 신고함을 설치하고 수시로 설문조사를 벌여 학교폭력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개방된 학내에서 실시 하는데다 형식적이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게 학생들의 얘기다.
한 경찰관은 "수사형사가 1개 학교를 전담케하고 북부서의 경우 학교폭력신고 음성사서함을 개설하는 등 학교폭력에 관 심을 쏟고 있지만, 학내문제를 쉬쉬하는 학교측의 비협조로 활동이 쉽지않다"고 털어놨다.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정영순 실장은 "피해학생들이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 재하다"면서 "교육청이 직접 나서 학교앞에서 출구조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건찬 사무국장은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 집단상담 등 순화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현재처럼 담임 , 학생과장 등에게 학교폭력 문제를 맡기지 말고 일본에서 실시하는 전문상담교사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사회1부
학교폭력신고 음성사서함 개설
대구북부경찰서는 폭력 피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학교폭력신고 음성사서함'을 개설, 25일부터 운 영에 들어갔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음성사서함을 개설 , 운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북부서는 전화번호와 신고 예시가 적혀 있는 홍보 스티커를 학교 교실과 화장실,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게임방과 만화방 등에 부착할 계획이다. 신고전화 011-9357-5112, 012-466-0112
학교폭력위원회 '뭐하나'
대구시내 각 경찰서별로 설치돼 있는 학교폭력위원회가 경찰과 회원들간의 친목단체로 변질, 학내외 폭력예방 등 본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 96년 학교폭력이 급격하게 증가, 사회문제화하면서 출범한 학교폭력위원회는 매달 자영업자 등 지역유지 중심으로 '계'모임처럼 운영되는 등 유명무실해졌다.
최근 대구 모경찰서는 한 음식점에서 경찰서장과 회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위원회 월례 회의를 열어,「학교 폭력 근절대책」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였으나 사실상 저녁 식사 모임으로 끝났다.
한 참가자는『매달 회의가 별다른 안건없이 진행돼 회원들간 친목을 다지는 모임으로 바뀐 것 같다』면서『회원임을 내 세워 경찰 단속에 편의를 봐 달라는 요청이 빈발하는 등 위원회가 경찰업무에 방해를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회의후 공공연히 2차 술자리 등을 갖고, 경찰간부들과 친교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배(회원 연회비 30~50만원)보다 배꼽이 더 큰 행사」라는 비난도 높다. 이때문에 공무원, 교사 등 위원회의 일부 당연직 회원들은 회의참석을 기피하는 등 위원회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성경찰서 관계자는『위원회에 대한 예산 지원이 없어 업무 추진이 쉽지않다』며『회원들의 학교 전담제를 추진, 설립목적을 살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金敎盛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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