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들 중 하나에요" 시각 장애인으로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인간승리의 주인공 말라 러년(미국).
꿈에도 그리던 시드니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을 밟은 러년은 27일 열린 여자육상 1,500m 예선 1회전을 7위로 통과,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6위까지 자동으로 준결승에 오르는 이날 경주에서 4분10초83의 기록을 세운 러년은 6위로 들어온 선수에 0.01초 차로 뒤졌지만 각 조에서 탈락한 선수들 중 기록순으로 다시 뽑는 6명 안에 들어 24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합류했다.
흥분한 표정의 러년은 "결승점을 앞두고 선수들이 뒤엉켜 혼잡했던 것을 빼면 시각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뛸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러년의 삶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매우 좋아해 체조와 축구를 시작했지만 9살때 망막 퇴행성 질환을 앓기 시작, 14살때 시력을 거의 상실한 러년은 더 이상 공을 볼 수 없게 되자 축구를 포기하고 육상 선수로 진로를 수정했다.
그 후 92년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100, 200, 400m와 멀리뛰기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정상인들과 당당히 겨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96년에는 미국 올림픽대표 선발전 7종경기에 도전했다.
실망스럽게도 결과는 10위로 탈락.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러년은 지난해 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대회 1,500m에서 10위에 오르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불운은 그치지 않았다.
1,500m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중 자전거와 부딪쳐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5주동안 연습을 하지 못했고 선발전 결승에서도 다른 선수와 충돌, 중반까지 6위로 처져 탈락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러년은 3위로 시드니행 티켓을 따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감동시켰고 올림픽에서도 준결승에 올라 '불가능은 없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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