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시드니 달링 하버의 전시홀 경기장.대구출신의 김인섭(경북체고-경성대-삼성생명)이 출전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58kg급 결승전은 아쉽지만 예정된 패배였다. 그러나 김은 예선에서 입은 부상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올림픽 정신에 부합되는 인간상을 보여줘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발하는 은메달을 따냈다.
김의 불운은 예선 2차전에서 시작됐다.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유리 멜니첸코를 6대0으로 이긴후 2차전에서 만난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딜쇼드 아리모프. 97년아시아선수권대회 -54kg급에서 단 한번 우승했을뿐 동급에서나 -58kg급으로 올려서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무명의 선수였지만 결국 아리모프는김인섭에게서 금메달을 빼앗아 가고 말았다. 김은 아리모프에게 의외로 고전해 연장전을 포함한 9분간의 혈투 끝에 2대2로 비기고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아리모프가 판정에 불복, 제소를 했고 심판위원회는 비디오를 검토한 끝에 제소를 받아들여 재경기를 명했다. 김은 재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왼쪽 늑골에 부상을 입어 이 재경기는 상처뿐인 승리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정신력.
경기전 마취제를 맞아가며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이란의 아쉬카니와 중국의 제티앙 셍을 판정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도 결승전에 대비, 1시간30분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마취제를 맞고 매트에 올랐다. 상대인 불가리아의 아르멘 나자리안과는 한번도 경기를 해본 적이 없지만 98-99년 세계선수권2연패,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등의 관록에 비해나자리안은 -52kg급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체급을 올려서는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뿐이어서 객관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부상을 의식한 듯 김인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나자리안을 밀어붙여28초만에 목감아 넘어뜨리기로 3점을 따냈다. 한국응원단의 환호도 잠시, 1분54초, 파테르를 허용한 김은 나자리안의 전공인 들어뒤로 메치기과 목감아 돌리기 등 큰기술에 잇따라 당해 10점을 빼앗기고, 결국 2분34초만에 폴패를 당해 은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패한 뒤 김은 고통이 심해 한동안 매트에서 일어나지 못해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기시작전 레슬링 코치단에서 흘러나온 "결승에 올라온 것만도 김인섭이 아니면 불가능할 기적이다"이라는 말은 김의 의지가 남달리 강함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시드니에서 정지화 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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