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社外이사, 새 유형의 유착인가

대기업과 은행의 사외이사제도가 새로운 관경(官經)유착 등에 이용돼 이 제도본래의 취지와 달리 기업과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최근 국회국감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외이사제도는 우리 경제가 IMF관리체제에 놓이면서 기업.금융구조조정의 핵심적 요소의 하나로 받아들였던 것임을 상기해본다면 이같은 변칙적 운영은 기업개혁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찮아도 우리가 IMF관리체제를 가까스로 벗어나고도 제2의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있는 까닭은 기업.금융구조조정이 겉으로만 요란한 채 내실있게 실행되지않은데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그동안 경제순항의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 충북도 순시에서 기업.금융구조조정미흡이 경제난의 원인이 되고있다는 자성적 발언을 한 데서도 충분히 드러난 것이다.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전직 장관, 지방국세청장.국세청국장,청와대 경제수석 등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선임돼 있었고 은행사외이사에는 최대주주와 대출규모가 큰 기업 임원들이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비록 전직 고위공직자들이지만 자신들이 근무했던 부처에대한 영향력과 친분관계로 기업의 로비창구역할을 맡아 새로운 관경유착의 유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경우도 대주주나 거액대출 기업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출결정이 되는등 새로운 금융부조리의 유형이 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있다.

물론 해당 대기업들과 은행들은 문제의 사외이사들이 전문성도 있고 기업외부의 환경에도 정통하기 때문에 회사나 금융권의 의사결정과정에 유익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직자들이 퇴임후 유관기업의 임직원으로 취임해 관경유착의 원인을 제공하고 은행 대출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비리가 숱하게 불거졌던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렇게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사회내의 견제기능과 함께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위한 제도란 점에서 유착가능성이 높은 성분의 인물들을 선임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같은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있는 운용을 막기위해선 단순히 참여인물들의 도덕적 판단이나 해당 기업과 은행들의 자율규제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외이사들은 변명하기에 앞서 일단 자리에서 물러나야하고 정부는 이같은 사외이사가 선임되지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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