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성애 연예인들 잇단 세상밖으로

탤런트 홍석천(29)의 '커밍 아웃'으로 국내 연예계에도 한차례 '동성애 바람'이 불고 있다.

일찍이 동성애 인권 운동이 펼쳐진 미국에서도 연예인들의 '커밍 아웃'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벌써 방송사에서 출연 정지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홍씨의 말처럼 동성애를 밝히는 순간,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가장 큰 화젯거리는 지난 98년 영화 '싸이코''식스 데이 세븐 나잇'의 여배우 앤 헤이치(31)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사건. 당시 앤 헤이치는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으로 소위 '잘 나가는' 배우에 속했던 인물이다. 이후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엘렌 드제너제스(42)와 레즈비언 커플이 돼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엘렌 드제너제스는 미국 ABC-TV의 시트콤 '엘렌'의 주인공으로 드라마 출연 중 레즈비언임을 밝혀 파문을 몰고 온 여배우.

전 세계 레즈비언들의 우상이던 이들 커플은 최근 결별했다. 외신들은 앤이 엘렌과 결별을 선언하게 된 이유가 할리우드에서 마모되어 가는 자신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라고 추측했다.

최근 '커밍 아웃'한 아일랜드 가수 시너드 오코너는 싱글 앨범 'No man's Woman'에서 '나는 남자의 여자가 되기 싫어. 오직 나의 여자가 되고 싶어'라며 성 정체성을 드러낸 자신을 노래했다.

'패왕별희''해피 투게더'에서 뛰어난 동성애 연기를 보여준 홍콩배우 장국영이 남자와 동거한 사실이 알려져 놀라움을 던져주었으며, 오랫동안 게이임을 감춰온 가수 조지 마이클은 게이 연인 케니 고스를 만난 뒤 공석에서도 결혼반지를 자랑할 정도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레즈비언 커플인 미국 여성 록싱어 멜리사 엔드리지와 줄리 사이퍼는 친구인 가수 데이비드 크로스비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미국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는 지난 7월 여성 스타들 사이에 동성애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성애 경향을 보이면서 레즈비언으로도 거명되고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브룩 실즈, 드류 배리모어, 코트니 러브, 마돈나, 엘리자베스 헐리 등 귀에 익은 스타들. 브룩 쉴즈나 마돈나 등은 동성연애자들 인권을 위한 모임 등에서 여성 친구를 껴안거나 키스하는 등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본 콜렉터'의 인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나는 여성팬들과 잠자리를 하기도 한다"고 당당히 밝혀 팬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혹의 눈길만 받고 있을 뿐 '커밍 아웃'은 하지 않고 있다. 동성애 또는 양성애의 의혹이 일지만 단순히 동성 팬들에 대한 배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애정표시란 것이 최근 경향이고, 국내 연예인 '커밍 아웃' 1호인 홍씨로 인해 국내 연예계에도 남의 일 같지는 않아 보인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커밍 아웃'은 '벽장에서 나오기'(comming out of closet)라는 70년대 초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한 전술에서 비롯된 용어. '벽장 속에 숨어 지내던' 그들이 공식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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