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표면적으로는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대여 협상결과에 고민하고 있다. 대구집회 이후 마땅한 투쟁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위한 원내총무간 사전교섭이 결렬되자 한나라당은 "29일 대구집회를 열겠다"며 압박하고 있으나 민주당이 "이미 예상된 일정"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데다 당내에서도 장외집회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어 곤혹스럽다.
대구집회 출정식으로 열린 2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당직자들은 "여당이 여야 영수회담을 거부한 만큼 투쟁 외엔 길이 없다"고 집회 강행 이유를 강조했다. 이회창 총재는 "정국이 한 사람의 고집으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은 물론 국민도 고통스럽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힘을 합쳐 우리의 의지를 보이자"고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또 정창화 총무는 "영수회담 제의에 48시간이 넘도록 정부 여당이 대답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대통령은 여당 총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담담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영수회담 제의를 "대구집회를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평가절하 하며 집회개최를 예상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대신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야당이 내홍에 들어간 만큼 주도권은 우리에게 넘어 왔다"며 "한나라당이 대구집회 직후 국회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했다.
서영훈 대표도 27일 여야 협상팀과의 회의에서 "협상을 포기하지 말라"며 "중진회담을 통한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못 풀면 영수회담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발언, 시간을 두고 대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대구집회를 놓고 내면적으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집회 준비를 해야하는 TK 의원들조차도 이견을 내고 있다. 김광원 의원은 지난 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야지"라는 말로 등원론을 강하게 주장했으며 "이제는 국회에 들어가자"는 지역 의원만도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장외집회의 장기화가 여론의 반발만 살 뿐"이라며 "한빛은행 사건 등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10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사용에 대한 조사와 국민 조세부담을 가중시킨 예산안 심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국회등원을 강조한다.
내부의 이론에 대해 이 총재를 비롯한 당지도부도 곤혹스럽다. 이 총재는 27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과 만나 일거에 정국을 풀고 정기국회를 시작하려 했는데 마음이 착잡하다"고 여권의 대응에 아쉬워 했다.
徐泳瓘 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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