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에 식량 60만톤 지원,다음달 5일 북 도착예정

정부는 28일 북한에 태국산 쌀 30만톤과 중국산 옥수수 20만톤 등 모두 50만톤의 식량을 차관형태로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식량차관 외에 외국산 옥수수 10만톤을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무상지원키로 함에 따라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은 총 60만톤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 9천만달러를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키로 의결했다. 차관제공 조건은 10년 거치 30년 상환, 이자율 연 1%로 차관공여 및 상환은 남측 한국수출입은행과 북측 조선무역은행간에 체결되는 계약에 따르도록 했다.

남북은 또 차관형태로 지원되는 쌀 포장에 'Republic of korea'를 표시하기로 하고 지원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측 대표 또는 국제기구 대표가 현장을 확인키로 구두 합의했다.

식량지원은 북측의 긴급지원요청을 감안해 조속한 시일내 인도를 완료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5일경 외국산 식량을 실은 선박이 북한에 도착하도록 했다.

남북 양측은 이에 앞서 지난 25, 26일 서울에서 열린 경협 실무접촉에서 이러한 내용의 식량차관 제공규모와 절차를 협의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대북 식량차관 문제점과 전망

정부의 대북 식량차관 결정은 북한이 지난 8월말 2차장관급 회담에서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한 점을 감안할 때 북측 요청을 받은지 한달도 안돼 결정된 사안이다. 이는 북한이 올해 가뭄과 태풍피해 등을 들어 전례없는 식량난을 호소하고 있고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속적인 식량지원 요청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긴급지원 요청을 감안해 중국산 옥수수 2만톤 가량을 다음달 5일까지 북한 남포항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연내에 50만톤 지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WFP의 외국산 옥수수 10만톤도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가급적 연내에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식량차관형태로 공여되는 50만톤은 연 이자율 1%로 10년 거치 30년 상환으로 결정됐으며 소요비용은 전액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전격적인 식량차관 지원결정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27일부터 시작된 제주도 3차 장관급 회담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역시 이같은 지원결정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식량차관 지원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우선 식량지원 결정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석연찮은 태도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남북경협 실무접촉에서 체결된 식량차관 제공 합의서를 이틀이나 지난 28일 공 개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특히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제주 장관급 회담 참석전 "이번 3차 회담에서는 식량차관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막을 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자는 "정부 내부 절차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사전설명 때문에 뒤늦게 공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식량차관 지원 결정이 단기간내 이뤄지면서 회담 관행과 관련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지난 8월말 2차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식량지원 요청을 받은후 한달도 안돼 이를 결정함으로써 북측의 물자지원 요청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정부는 지난 2차 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이 컴퓨터 지원을 간접 요청한후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 중이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의 각종 회담이 북의 물자지원 여부를 우리측이 어느정도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식량차관 재원인 남북협력기금이 국회동의없이 사용되는데 따른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야당측에서는 "국회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정부의 일방적 대북지원을 문제삼으며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은 국회동의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 예산.결산 심의를 거쳐 조성되고 식량배급과 사용현장도 확인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식량차관 지원 결정이 인도적 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이같은 애매한 태도로 자칫 그 지원의미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그래서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정치권 '식량지원' 공방

정부의 대북 60만t 식량지원 방침과 관련, 한나라당은 "편법 투성이의 퍼주기식"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국회의 사전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남.북한간 화해. 협력 등에 걸맞은 조치로 남북협력 기금을 사용하면 사전 동의가 필요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8일 권철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1억달러 어치를 수입하는 등 우리 형편상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큰데다 꼼수로 국회 동의를 회피하기 위해 남북 협력기금을 빼쓰는 대북 식량지원 계획은 한마디로 편법 투성이"라며 국회의 사 전동의를 거칠 것을 촉구했다.

당 정책위도 성명을 내고 "식량지원 합의의 이면에는 많은 억측과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뒤 "구체적인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 10일만에 전격적으로 북한 항에 먼저 도착하게 한다는 '선 수송 후 차관계약 체결'로 뒤바뀌게 된 배경을 밝히고 언제, 어떤 절차, 어떤 조건으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를 미리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북 식량지원 방식과 관련, "일본의 경우 10년 거치 20년 상환에 이자율은 평균 2.5%였으나 우리는 10년 거치 30년 상환, 이자율 1%로 사실상 무상지원과 다름없다"며 "차관 형식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게 된 이유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한구 제 2정조위원장은 "북한의 식량 부족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60만t 지원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실태조사단의 방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남북협력 기금이 국회 동의를 받아 조성된 기금인 만큼 국회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전례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신 사후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통해 사용처를 검증받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남북특위 간사는 "국제기구의 추계와 북한 농림성의 발표 등 객관적 근거가 충분한데다 올해는 한발과 태풍 등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욱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나 남북간 긴장완화 등을 눈앞에 보면서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식의 야당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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